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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A 의 GOCE 가 측정한 남극 빙하의 소실




 현재 양 극지방의 빙하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물론 전체의 양에 비해서 감소량이 큰 편은 아니기 때문에 곧 다 녹아서 없어지진 않겠지만 감소량이 지난 수십년간 점점 가속도가 붙으면서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해수면도 상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확한 빙하량의 측정과 미래 예측은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해안선 침수에 대한 대처가 달라질테니 말이죠. 


 여기에 대해서 미국의 나사를 비롯 미 국립 설빙 데이터 센터 (NSIDC), 미해양대기청 (NOAA) 를 비롯한 여러 공공 기관과 여러 과학자들이 연구를 진행 중인데 유럽 우주국 (ESA) 역시 이를 정밀 측정할 목적으로 Gravity Field and Steady-State Ocean Circulation Explorer (GOCE) 라는 관측 위성을 2009 년 발사한 상태입니다.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는 수 km 의 두께를 가지고 있고 암석 기반층은 그 밑에 존재하므로 위에서 그 정확한 두께를 알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정확한 질량을 알기 위해서는 얼음의 면적과 두께를 측정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따라서 다양한 관측 기법들이 정확한 두께를 측정하기 위해서 총 동원되고 있습니다. 


 GOCE 는 특히 중력 분포를 매우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어서 1 mGal (Gal, 갈. 갈릴레오의 이름을 딴 가속도의 단위. 1 gal 은 1 cm/sec^2) 수준의 미세한 중력 가속도의 차이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지오이드 (geoid : 평균 해수면을 이용해서 지구의 모양을 나타낸 것) 를 기준으로 말하면 거의 1-2 cm 정도 밖에 안되는 미세한 차이도 측정이 가능합니다. 


 중력은 그 아래 있는 물질의 질량에 비례하므로 빙하가 두꺼울 수록 중력이 더 강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빙하가 감소하면 중력이 미세하게나마 감소하는 현상이 일어날 것입니다. GOCE 가 측정하는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차이는 매우 미세하지만 가장 첨단 관측 기기인 GOCE 는 이때까지 발사된 어떤 위성보다 더 상세한 자료를 지구로 전송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 데이터를 통해서 연구 중인 다국적 팀 - German Geodetic Research Institute, 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 in the Netherlands, the Jet Propulsion Lab in USA and the Technical University of Munich in Germany - 이 2009 년에서 2012 년 사이 측정한 서부 남극 빙상의 질량 소실은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Changes in Earth’s gravity field resulting from loss of ice from West Antarctica between November 2009 and June 2012 (mE = 10–12 s–2).  A combination of data from ESA’s GOCE mission and NASA’s Grace satellites shows the ‘vertical gravity gradient change’.. Credit: ESA)



(The animation, based on measurements from ESA’s GOCE satellite and the NASA–German Grace mission, shows that ice lost from West Antarctica has caused a dip in Earth’s gravity. Credit: ESA)


 위의 데이터에 의하면 파인 섬 빙하는 연간 67 기가톤, 트웨이트 빙하는 63 기가톤, 게츠 빙상은 55 기가톤 (1 기가톤은 10억톤) 의 질량을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공개되었던 ESA 의 다른 관측 위성인 CryoSat 의 데이터는 2009 - 2012 년 사이 (이 연구와 비슷한 시기) 의 질량 소실이 연간 125 기가톤 (그린란드는 375 기가톤) 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크라이오셋에 대해서는 http://jjy0501.blogspot.kr/2014/05/Antarctica-loosing-159-billions-tons-of-ice-every-year.html  참조. 단 이 연구는 2010 - 2013 년으로 기간이 좀 틀려서 더 많은 양이 녹고 있음. ) 


 크라이오셋, GOCE, 그리고 나사의 다양한 위성 및 항공 관측 기법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얼음의 질량을 측정 중인데 각각의 수치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량이 감소 중에 있으며 그속도가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데는 모두 공통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듯 반복적인 관측을 통해서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은 남극과 그린란드가 점점 녹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이를 막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이 미미하긴 하지만 향후 현황 파악과 미래 예측을 위해서 연구는 계속해서 진행되어야만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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