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역사상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거대 공룡의 화석



 백악기의 남아메리카에는 티타노사우루스 (Titanosauria) 라는 초대형 초식 공룡의 무리가 땅위를 활보했습니다. 이 거대 공룡의 존재는 최근들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사실 한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 공룡들이 워낙 거대해서 하나의 개체가 거의 온전하게 보존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입니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큰 공룡의 뼈가 1 억년이 조금 안되는 기간 동안 완전하게 화석화 되어 그자리에서 고스란히 보존된 후 고생물학자에 의해 우연히 발견될 가능성은 사실 높지 않습니다. 


 특히 이런 큰 동물은 같은 생활 환경에서 작은 동물에 비해서 개체수가 적기 때문에 (같은 크기의 초원이라면 코끼리와 영양떼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이 부양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야기) 솔직히 뼈의 일부만 발견되도 감지덕지 해야 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발견한 것이 척추 몇개, 이빨뼈 몇개에 지나지 않을 때는 고생물학자도 난감할 수 밖에 없겠죠. 특히 크기와 무게 추정에서는 정말 난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느낀 어려움은 최근들어 발굴되고 있는 비교적 완전한 티타노사우루스 골격 표본 (http://jjy0501.blogspot.kr/2014/05/Largest-Dinosaur-discovered.html 참조 ) 덕분에 점차로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고생물학자들은 남미에서 발견한 초대형 티타노사루우스 상과에 속하는 드래드노투스 쉬라니 (Dreadnoughtus schrani) 의 골격 발굴을 보고했는데 26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공룡의 화석이 역사상 가장 완벽하게 보존되었다고 합니다. 



(새 티타노사루우스 공룡 화석을 발굴하는 미국-아르헨티나 발굴팀  A US-Argentinian team led by Drexel University's Kenneth Lacovara, PhD, excavated the skeleton of Dreadnoughtus schrani from southern Patagonia over four field seasons from 2005 through 2009. The completeness and articulated nature of the two skeletons they found are evidence that these individuals were buried in sediments rapidly before their bodies fully decomposed. Credit: Kenneth Lacovara



(30피트 (약 9미터) 에 달하는 꼬리뼈를 배경으로 서 있는 연구의 리더인 케네스 라코바라 박사  Kenneth Lacovara, PhD, with the 30-foot tail of Dreadnoughtus schrani, stretching along the length of the wall and around the corner in his lab. Beside Lacovara's hand is a set of chevron bones. Pairs of these chevrons run beneath each of the tail vertebrae and were found for each vertebra in the tail of Dreadnoughtus. In this animal the chevrons are noteworthy for the wide area for muscle attachment on the lower portion of the Y-shaped chevron. In Dreadnoughtus this attachment area is broad and spatula-shaped, allowing for extremely large tail muscles -- giving this animal an extraordinarily powerful, 'weaponized' tail in Lacovara's description. Credit: Drexel University ) 



(뉴스 영상)  


 드래드노투스의 골격은 무려 45.3% 가 완전히 보존되었으며 골격을 대표하는 타입의 뼈를 고려할 때 사실상 70.4% 가 보존되어 공룡의 전체 모습은 물론 정확한 길이와 무게를 측정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해서 추정한 무게는 65 톤인데 앞으로 다른 티타노사루우스과 공룡의 무게와 길이를 추정할 때 이 화석 표본의 데이터가 널리 활용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역사상 가장 큰 공룡의 반열에 들어가는 아르젠티노사우루스 역시 솔직히 크기와 무게를 추정하는데 필요한 결정적인 골격 몇개가 빠져 있었는데 이번 발견으로 좀더 정확한 추정치가 나오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다른 티타노사우루스 공룡들과 비교했을 때 드래드노투스의 골격의 발굴 비율. 이 화석이 기존의 표본에 비해 얼마나 완벽한 보존 상태를 자랑하는지 알 수 있음. Of the 142 types of bones not including the skull, 100 types of bones, or 70.4 percent, are represented in the Dreadnoughtus skeleton. Skull bones from any titanosaur are extremely rarely recovered. Credit: Lacovara Lab, Drexel University)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사실 이번에 발견된 화석 표본이 사실은 다 자란 성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연구의 리더인 드렉셀 대학의 케네스 라코바라 박사 (Kenneth Lacovara, PhD, an associate professor in Drexel University's College of Arts and Sciences) 는 이 개체가 아프리카 코끼리 12 마리나 T. rex 7 마리 만큼이나 무겁지만 골격 화석으로 보건데 아마도 다 자란 개체가 아니며 이보다 더 큰 드래드노투스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골격 화석의 불운한 주인공은 아마도 그 완전한 보존 상태로 봤을 때 홍수에 의해 급속하게 사체가 침전물로 덮히면서 매장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합니다. 아직 다 자라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공룡에게는 비극이지만 공룡을 연구하는 고생물학자들에게는 이보다 더 큰 횡재가 없겠죠. 아마도 세상이란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Kenneth J. Lacovara, Matthew C. Lamanna, Lucio M. Ibiricu, Jason C. Poole, Elena R. Schroeter, Paul V. Ullmann, Kristyn K. Voegele, Zachary M. Boles, Aja M. Carter, Emma K. Fowler, Victoria M. Egerton, Alison E. Moyer, Christopher L. Coughenour, Jason P. Schein, Jerald D. Harris, Ruben D. Martinez and Fernando E. Novas. A Gigantic, Exceptionally Complete Titanosaurian Sauropod Dinosaur from Southern Patagonia, Argentina. Scientific Reports, Sept 4, 2014 DOI: 10.1038/srep06196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