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피부에 부착하는 피부 같은 센서


 최근에 웨어러블 기기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단순히 입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피부에 부착하거나 몸 안에 설치할 수 있는 다양한 전자기기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몇차례 소개드린 바 있지만 최근 노스웨스트 대학 (Northwestern University) 과 일리노이 대학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의 연구자들은 합동으로 피부에 부착해서 온도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는 피부 같은 센서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A new photonic device for health monitoring is as flexible as the skin on which it is placed. The comfortable device can alert the wearer to any heart trouble or dry skin. Credit: John A. Rogers, University of Illinois )
 이 센서를 개발한 노스웨스트 대학의 용강황 (Northwestern's Yonggang Huang) 및 그의 동료들에 의하면, 이 기기가 피부에 부착할 수 있을 만큼 얇고 신축성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대략 5 cm 에 불과한 크기의 이 기기는 놀랍게도 3600 개나 되는 액체 크리스탈 (liquid crystal) 로 구성되어 있는데 액체 크리스탈 한개의 크기는 0.5 ㎟ 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작은 센서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얇으면서도 쉽게 휘어질 수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또 하나의 피부처럼 부착이 가능합니다.
 연구자들은 이 센서를 표피 광학 센서'epidermal' photonic sensors 라고 부르는데 피부의 열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피부의 온도는 혈류량 및 습도등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부착한 사람이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즉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고 피가 공급되지 않으면 온도가 떨어질 것이므로 이를 바로 전송한다면 빠른 응급 처치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응용은 피부의 습도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피부의 습도에 따라서 온도 전도율도 변하는데 이 센서는 그 미세한 차이도 측정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기능은 특히 화장품 및 미용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 센서들은 평방 밀리미터 단위로 열을 측정해서 색상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구조로 피부나 물질 표면의 온도를 높은 해상도로 측정이 가능하므로 앞으로 여러 영역에서 응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가능합니다. 
 물론 신기술이라는게 항상 그러하듯 실제 기술이 제품으로 연결되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은 여러 번의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즉 새롭게 개발되는 놀라운 신기술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실제로 응용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렇게 많은 피부 부착형 센서들이 연구 되고 있고 그 수요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미래에는 아마도 피부 부착형 센서들이 실용화 단계에 도달해 환자의 모니터링과 치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연구는 Nature Communications 에 실렸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