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이런 저런 바쁜 일로 쉬었던 여행기의 계속입니다. 몽키 포레스트와 우붓 시내를 잠시 구경한 후 (사실 그다지 별건 없더라구요. 원숭이가 귀여운 것 빼곤) 점심을 먹기 위해 우붓의 레스토랑을 방문했습니다. 우리가 방문한 레스토랑은 유기농 레스토랑인데 현지에서 재배한 채소와 야채, 과일로 만든 유기농 채식 레스토랑이라고 합니다.
(우붓 시내와 왕궁의 모습. 왕궁은 진짜 작습니다. )
알케미스트라는 이름의 식당이었는데 에어컨은 없고 내부는 평범한 현지 식당 같지만 가격은 그렇게 저렴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손님들이 진짜 우리 빼고 다 백인들이었습니다. 메뉴도 다 영어로 되어 있어 확실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유기농 식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채식 레스토랑이라 고기나 어류는 없습니다.
일단 원하는 야채를 한 사발 (?) 고른 다음 채식 햄버거랑 음료를 주문했습니다.
뱀이라도 튀어 나올 듯한 식단인데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다만 음료는 완전 녹즙 같은 외형에 맛도 녹즙 맛입니다. 단 음료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비추입니다. 아무튼 호기심에 이것 저것 메뉴를 시켜봤습니다. 그 중에 유기농 롤을 시켰봤는데요.
물론 내부에 든 것은 당근, 쌀, 채소 등 모두 채식인데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국과 소스도 생각보다 괜찮아서 놀랐습니다. 내부에는 유기농 베이커리도 같이 있는데 일단 배불러서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 여정을 떠났습니다. 발리 내륙으로 더 올라가면 계단식 논 테마파크 (?) 가 있다고 해서 여기에 가는 걸로 결정했습니다.
이곳은 계단식 논이 있는 건 맞기는 한데 사실 현지인 이상으로 관광객이 많은 일종의 테마파크 같은 지역이었습니다. 이렇게 한쪽으로 논이 있으면 반대에는 관광객 대상으로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계들이 즐비하고 입장할 때도 입장료를 줘야 통과가 가능합니다.
발리의 토속적인 모습을 보려고 왔다면 뭔가 실망스러운 결과인데 아무래도 테마 파크 식으로 만들어 놓은 장소인게 분명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도 볼 수 있는 약간 억지 춘향식 관광 테마 파크와도 비슷해 보였습니다. 뭐 현지 주민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죠.
여기를 통과해서 우리는 발리의 북쪽의 고산 지대를 갔는데 그 좁은 도로를 고속으로 올라가는 자동차를 보면서 가이드 분의 운전 솜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대로된 교통 표지판이나 안전 신호 하나 없어서 사고가 나지 않나 조마조마 하기도 했지만 말이죠. 발리는 열대 지역이라 그런지 고산 지대에도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꽤 되는 것 같더군요.
(이렇게 생긴 오르막길을 근 두 시간을 이동함)
오랜 시간 자동차 안에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다 거의 산 정상 부근에 도달했습니다. 여기에는 산꼭대기에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아이폰에서 맵을 표시하면 이렇습니다. 우붓까지 가는 길 보다 사실 여기에 가는 길이 훨씬 멀리 있죠. 우리가 있던 스미냑은 지도에서 가장 남쪽에 가깝습니다.
산꼭대기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아래 분화구와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그 거대한 절경은 꽤 놀라운데 참고로 꼭대기는 꽤 추우므로 여기 가실 예정이시면 겉옷을 꼭 장만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없어서 좀 춥더라구요. 커피 한잔을 시키고 천천히 주변을 사진기로 담았습니다. 약간 구름이 있긴 했지만 그래서 더 신비로운 느낌입니다.
발리가 본래는 화산섬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 듯 이 거대한 분지와 호수의 모습은 꽤 신비롭습니다. 발리에서 가장 높은 산인 아궁 (Mount Agung or Gunung Agung) 은 3031 미터이며 그보다 북서쪽에 위치한 이 산은 바투르 산 (Mount Batur (Gunung Batur)) 이라고 하네요. 내부의 호수는 바투르 호 (Lake Batur (Danau Batur)) 입니다. 산의 높이는 1717 미터 정도입니다.
이 산의 칼데라는 외부가 10 X 13 km 이고 내부는 7.5 km 정도 지름으로 23670 - 28500 년전 형성된 것이라고 하네요. 바투르 호수는 물고기가 많이 잡힌다고 하는데 실제로 칼데라 내부에서 농사와 어업 활동을 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우리가 칼데라를 내려다본 장소는 킨타마니 (Kintamani) 입니다.
(왠지 발리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한장 찍고)
(나오는데 보이는 100% 할랄 음식 (이슬람교도에게 허용된 음식) 이라는 표현이 발리가 힌두교 지역이면서 이슬람교도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네요)
가이드분은 여기서 그만 가자고 했는데 와이프는 호수 까지 꼭 가고 싶어 하더군요. 결국 부탁해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다만 도로 사정은 더 열악하고 트럭도 많아서 다소 가기 힘들긴 하더라구요.
내려가면서 호수의 모습과 산, 그리고 구름이 시시각각 모습이 변하는 모양세를 봤는데 정말 아름답습니다. 다만 차안에서 찍어서 좋은 사진은 없네요.
칼데라 내부에는 발리의 진짜 농촌과 어촌들이 존재합니다. 뭔가 발리의 토속적인 모습이 보고 싶었다면 여기가 더 적당하지 싶네요.
칼데라 내부에는 농경 뿐 아니라 내수면 양식업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관광객이 별로 없어서인지 레스토랑이나 호텔 등은 거의 보기 힘들었습니다. 아무튼 칼데라 안에 펼쳐진 별세계 같은 느낌의 마을이었습니다. 만화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돌아오는 길에 차안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트럭이 아주 많았습니다. 이 트럭들은 칼데라 안에서 건축에 사용될 모래들을 퍼담는 목적이라고 하더라구요. 트럭에 그린 그림이 이색적인데 이런 그림을 그린 트럭들이 다수 보였습니다. 다만 이렇게 흙과 모래를 퍼가면 여기는 괜찮을까 하는 걱정도 들더군요.
돌아올 때는 꽤 오랜 자동차 여행을 했습니다. 어느덧 해가 질 무렵인데 밖으로 연을 날리는 모습을 봤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대충 마감했는데 근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려고 했으나 와이프께서 한국식이 갑자기 먹고 싶다고 해서 발리에서 한국 식당을 찾아 나섰습니다.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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