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의 화성 탐사 로버인 오퍼튜니티가 화성 착륙 10 년 만에 지구이외의 천체 표면에서 포맷이라는 역사를 기록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본래 3 개월 기본 미션을 위해 개발된 오퍼튜니티는 무려 10 년째 화성에서 작동하고 있는데 그런 만큼 몇몇 부품들은 사실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일교차가 지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변하고 바람과 먼지가 많은 화성의 표면에서 40 km 이상을 10 년간 이동했으니 지금까지 수리한번 없이 버티는 것만 해도 기적 같은 일이죠. 우주 공간을 날아가는 탐사선의 경우보다 더 거치고 변화 무쌍한 환경에서 10 년이나 버틴 것만 해도 용한 일입니다. 그러니 몇몇 부품이 이상을 일으키는 것은 이상할 게 없는 일이죠.
최근 오퍼튜니티의 컴퓨터는 자꾸만 문제를 일으켜 리셋을 하는 횟수가 잦아졌다고 합니다. 그 정도가 점점 심해져 최근에는 오퍼튜니티 로버의 새로운 탐사 임무를 방해할 수준이 되자 나사의 과학자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백업 후 컴퓨터를 다시 포맷하고 (reformatting) 다시 OS 와 기타 프로그램을 다시 설치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2014 년 8월 10일 오퍼튜니티가 보내 온 영상 )
컴퓨터가 이상하면 포맷하고 OS 와 프로그램을 다시 까는 것은 오래된 전통 (?) 입니다. 지구에서 수많은 컴퓨터 유저들이 자신의 컴퓨터를 포맷하고 있습니다. 포맷하고 모든 것을 초기화 시킨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지는 않지만 상당 부분 개선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오퍼튜니티의 포맷 역시 현재의 문제가 개선되기를 바라면서 시행하는 것이죠.
오퍼튜니티에 사용된 컴퓨터는 20 MHz 로 작동하는 RAD 6000 과 128 MB 의 메모리 (DRAM), 그리고 3MB 의 EEPROM, 256 MB 의 플래쉬 메모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현재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생각되는 부분은 저장장치 역할을 하는 플래쉬 메모리 부분입니다. 리셋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나사의 엔지니어들은 포맷을 통해 배드 셀을 찾아내고 이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오퍼튜니티의 컴퓨터 역시 포맷을 해보기 전까지 진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진 알 수 없지만 10 년째 활동하는 이 로버의 임무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합니다. 다만 한가지 문제는 현재 화성까지의 거리가 2 억 km 가 넘는 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빛의 속도로 통신을 한다해도 10 분 이상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화성까지 초고속 통신망이 깔린 게 아니기 때문에 데이터 백업과 다운로드는 매우 느리게 진행될 수 밖에 없습니다.
나사의 화성 로버 프로젝트 매니저인 존 칼라스 (John Callas of NASA's Jet Propulsion Laboratory, Pasadena, California, project manager for NASA's Mars Exploration Rover Project) 는 이 포맷 작업이 위험도가 낮은 작업 (The flash reformatting is a low-risk process)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작업 자체는 위험하지 않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데 백업은 다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더 큰 문제는 포맷 하고 다시 설치했는데 같은 문제가 지속되는 경우죠. 컴퓨터를 좀 다뤄보신 분이면 이것이 얼마나 짜증나는 경험인지 익히 아실 것 같습니다.
아무튼 장수 로버인 오퍼튜니티가 포맷 후 잘 작동하기를 기대해 봐야겠죠. 10 주년이 아니라 20 주년까지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는 로버니까요. 언젠가 과연 화성에 인류가 착륙하는 날까지 작동하지 않을까 한번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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