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하면 커피 부터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카페인은 커피는 물론 차나 카카오에도 포함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의약품이나 기호 식품에도 첨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인간이 첨가한 건 그렇다고 치지만 커피, 차, 카카오는 모두 계통학적으로 연관이 깊은 식물들이 아닌데 어째서 카페인이 같이 들어 있는지 궁금하셨던 분들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보통은 생각하지 않는 주제긴 하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그런 궁금증을 과거 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최근 프랑스 개발 연구소 (French Institute of Research for Development (IRD)) 의 연구자들과 다양한 기관의 연구자들이 협력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습니다. 이들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그 비밀은 수렴진화 (convergent evolution : 계통적으로 다른 조상에서 유래한 생물간에 유사한 기능 또는 구조가 진화하는 현상. 예를들어 어류와 고래 같은 경우.) 에 있다고 합니다. 즉 커피가 카페인을 생합성 할 수 있게된 것은 차나 카카오와는 별개로 카페인 생합성 능력을 진화시킨 것이며 이들의 공통 조상에서 물려받은 능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커피는 꼭두서니과 (Rubiaceae) 에 속하는 식물입니다. 이 과는 무려 13000 종에 달하는 식물을 가지고 있으며 이 중에서 코페아 (Coffea) 속에 속하는 몇종이 상업적인 커피를 생산하는데 사용됩니다. 연구팀은 로부스타 (Robusta) 라는 품종으로 유명한 코페아 카네포라 (Coffea canephora) 의 유전자를 분석했습니다. 이 종의 커피나무는 전세계 커피의 거의 30% 를 공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코페아 카네포라의 열매
http://en.wikipedia.org/wiki/Coffea_canephora#mediaviewer/File:Coffea_canephora_at_Aanakkulam.jpg )
연구자들은 이 유전자를 다른 여러 식물의 유전자와 대조했는데 특히 카페인 생합성에 관련되는 N-methyltransferases (NMTs) 을 만드는 유전자에 집중했습니다. 이 유전자는 코페아 카네포라의 DNA 에서 중복이 되어 있으며 따라서 이 커피나무가 카페인을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런데 이 유전자 중복 (sequential tandem duplication) 이 분명히 차와 카카오의 유전자와는 다른 것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커피, 차, 카카오가 공통 조상에서 카페인 합성 능력을 물려 받은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이를 진화시켰다는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즉 수렴진화의 사례이며 알고보니 아버지(조상) 이 같더라는 막장 드라마식 반전은 없었습니다) 같은 조상에서 비롯되었다면 그 구성이 비슷할 테니 말이죠. 이렇게 되면 또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왜 이들이 카페인 생합성 능력을 진화시켰느냐 입니다. 연구팀은 사실 여기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변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분명 커피, 차, 카카오가 아무 이유도 없이 카페인을 만들어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지금까지 나온 그럴 듯한 설명은 카페인이 신경독으로 이들을 노리는 곤충을 물리치는 데 사용된다는 것과 수분 (sequential tandem duplication) 에 필요한 곤충을 꾀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설등이 있습니다. 다만 아직 확실히 결론이 난 것은 아닙니다.
이들이 왜 카페인을 만들어 내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커피, 차, 카카오는 이제 현대인의 주요 기호 식품이 되었습니다. 카페인 합성 능력의 진화는 인간과는 무관하게 일어났겠지만 이들이 전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는데는 카페인의 역할이 제법 컸을테니 아무튼 가능한 자손을 많이 퍼트리는 진화상의 목표를 생각하면 아이러니하게 매우 적절한 능력이었던 셈입니다.
커피나무가 카페인을 왜 생산하든 간에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우리는 카페인이 담긴 커피를 마시고 차를 마시게 될 것입니다. 졸린눈을 비비고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 이만한 친구가 없기 때문이죠.
참고
Journal Reference:
- France Denoeud et al. The coffee genome provides insight into the convergent evolution of caffeine biosynthesis. Science, September 2014 DOI:10.1126/science.1255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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