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행정부가 지난 9월 12일 지방세 기본법, 지방 세법, 지방세특례 제한법의 지방세 3 법을 개정해 이전보다 세금을 더 걷겠다고 발표한 후 (시기적으로 절묘하게 담배 가격 인상과 맞물린 시기에 나왔는데) 그다지 좋지 않은 여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세금 더 걷는다고 하면 싫어하는 건 만국 공통이지만 별다른 여론 수렴 없이 기습적으로 인상안을 발표하고 바로 입법 예고 (9월15일) 에 들어가서 논란과 반발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10월 7일까지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일방적인 발표와 입법 예고를 보면 그다지 신뢰성이 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 시군구에 따라서 현행 2 천원에서 1 만원 사이 (평균 4620 원) 부과되던 주민세를 2 차례에 걸쳐 1 만원에서 2 만원 사이로 인상
- 영업용 승용자동차, 승합자동차(15인승 초과), 1t 초과 화물자동차, 특수자동차, 3륜 이하 자동차 등 164만대에 부과되는 자동차세를 2017 년까지 2 배 인상
- 1 톤 미만 화물 자동차 286.9 만대에 부과되는 자동차세는 50% 인상
- 관광호텔, 대형병원, 부동산펀드 등에 대한 취·등록세 감면 혜택 폐지
- 산학협력단, 기업연구소, 산업단지, 물류단지, 관광단지, 창업중소기업, 벤처집적시설, 새마을금고, 단위조합 취·등록세 감면 혜택 축소
- 지방세 가산세 부과기간을 120 개월에서 60개월로 한정 (최대 가산세 부과 120 % 에서 70% 인하)
- 전년도 세액의 105~130%로 설정된 주택 재산세 상한선은 구간별로 5% 인상 등입니다.
정부는 입법 예고 기간이 끝나고 나서 정부내 합의를 거쳐 이를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인데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지는 물론 두고봐야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모두 그대로 통과되지는 않더라고 전체적으로 지방세를 인상하려는 방향은 유지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방 자치단체의 세수 부족 현상을 완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방세 3 법 개정안과 지방세 인상에는 사실 지자체의 심각한 예산 부족이라는 배경이 숨어 있습니다. 이 발표에 앞서 9월 3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의 지원 없이는 복지 디폴트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주장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의 요구 사항은
- 기초연금 전액 국비지원 또는 평균 국고보조율 90% 이상 확대
- 보육사업 국고보조율 서울 40% 및 지방 70%까지 인상
- 지방소비세율 현행 11%에서 16%로 즉시 인상 및 단계적으로 20% 인상
등으로 기초 연금 및 보육 사업에서 일방적으로 지자체가 필요한 예산의 절반을 부담하게 한데 대한 반발로 풀이됩니다. 왜냐하면 기초 연금법 등에서 지자체의 재원 마련에 대한 내용은 쏙 빠져있으면서 재원의 일부는 지방 자치단체가 마련하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지자체의 사회복지비 증가율은 연평균 11.2 % 라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반면 지자체 예산 증가는 5.2% 에 불과한 상태로 장기적으로 보면 파산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허황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특히 기초 연금의 경우 결국 인구 고령화에 따라서 지출이 계속 증가할 수 밖에 없는 데 앞으로 4 년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돈만 5 조 7000 억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이번 증세안도 충분치 않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을 복지 국가로 분류하지는 않지만 복지 관련 예산은 아주 빠른 속도로 증가해서 이미 2015 년 예산안에서는 30% 늘 넘어서고 있습니다. 특히 복지 수요가 높은 고령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증세의 불가피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동의가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해지고 있죠.
사실 답답한 부분은 지방세인상 보다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현 정권은 증세 없는 복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상 집권 1 년차 때부터 약속을 뒤집은 것이나 다름 없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이것이 불가피 하다면 국민앞에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행동을 했어야 하는데 실제로 한 행동은 이와는 반대입니다. 심지어 최근까지도 증세는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는 것은 이해도 잘 되지 않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어 보입니다.
세금 문제에 있어 조세 저항이 커지는 이유는 단지 세금을 더 거둬서만은 아닙니다. 세금을 불공평하게 거둬들인다는 형평성 문제 (특히 유리 지갑인 봉급 생활자만 손해 본다는 피해 의식) 와 더불어 납세자의 동의를 구하려고 하지 않는 증세 정책이 조세 저항에 기름을 붇고 있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미국 독립이나 프랑스 혁명 모두 납세자의 동의 없는 세금으로 인해서 촉발되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 민주 사회의 근간은 바로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동의에 있으며 특히 세금을 더 거두려고 한다면 더욱 동의가 필수적입니다. 지금처럼 반발이 무서워 갑작스럽게 증세안을 발표하고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행동을 보인다면 합리적으로 설명하면 동의할 국민마저 반대로 돌아서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렇게 해서 당장에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증세나 세법 개정이 필요한 일은 산더미 같이 남아 있습니다. 과연 이런식으로 국민의 의견을 배제한 증세가 얼마나 먹혀들지, 그리고 결국엔 더 거대한 조세저항을 부르지 않을지 걱정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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