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공룡 영화 제작자들에게 좋은 소재가 될 만한 연구가 사이언스에 발표되었습니다. 시카고 대학의 고생물학자인 나지르 이브라힘 (Nizar Ibrahim, a paleontologist at the University of Chicago) 과 그의 동료들이 최대 추정치 20 톤에 달하는 초대형 육식 공룡 스피노사우루스가 사실은 수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헐리웃의 특수 효과 담당자들이 물속에서 초대형 공룡이 튀어나오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Spinosaurus aegyptiacus 의 골격 표본
스피노사우루스는 척추도마뱀 (spine lizard) 이란 뜻으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지상을 활보하던 시기보다 적어도 3000 만년 정도 전인 1억 1200 만년 전에서 9700 만년 전 살았던 거대 수각류 육식 공룡입니다. 따라서 적어도 티라노사우루스와 한판 승부를 벌였을 가능성은 없지만 크기 추정에 있어서 스피노사우루스가 티라노사우루스보다 좀 더 거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강의 육식 공룡의 왕좌에 더 적합한 후보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스피노사우루스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공룡입니다. 비록 이 공룡이 영화 '쥐리기 공원 3' 에서 등장하긴 하지만 이전에 등장한 티라노사우루스만큼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는데 워낙 유명세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사실 그렇게 된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스피노사우루스는 1912 년 이집트에서 첫번째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발굴한 독일의 고고학자 에른스트 스트로머 (Ernst Freiherr Stromer von Reichenbach) 가 1915 년에 보고한 이후 이 표본보다 더 상태가 좋은 완벽한 화석이 발견되지 못했습니다. 이후 발견된 것은 전체 골격에 비해 매우 작은 부위들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연구도 지지부진하고 박물관에 크게 전시될 기회도 적었습니다.
즉 화석 자체가 티라노사우루스 처럼 상대적으로 많이 발굴되어 대중에게 친숙하지도 못했는데 하필이면 독일에 있는 가장 완전한 골격 표본이 세계 2 차 대전 당시 파손되어 연구에 더 어려움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후 이 독특한 수각류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었는데 2005 년 모로코의 켐켐 평원 (Kem Kem) 에서 거의 1 미터에 달하는 두개골 뼈가 발견되어 연구가 더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로 복원된 스피노사우루스의 골격 Digital skeletal reconstruction and transparent flesh outline of Spinosaurus aegyptiacus. Color codes are used to show the origin of different parts of the digital skeletal model. Bones of the neotype and for Suchomimus tenerensis were CT-scanned, surfaced and size-adjusted before being added to the model. Color coding: red, neotype (FSAC-K 11888); orange, Stromer’s bones; yellow, isolated bones from the Kem Kem; green, surrogate bones modeled or taken from the spinosaurids Suchomimus, Baryonyx, Irritator or Ichthyovenator; blue, inferred bones from adjacent bones. A red dot below the posterior dorsal centra shows the approximate position of the center of mass. Credit: Model by Tyler Keillor, Lauren Conroy, and Erin Fitzgerald, Ibrahim et al., Science )
(참고 영상)
연구팀은 지금까지 화석 표본을 조합해서 이 공룡이 물에서 살기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코가 위로 열려있는 구조는 악어처럼 물에 반쯤 잠긴 상태에서 호흡을 하기에 편리하며 큰 노처럼 생긴 뒷다리는 지상에서 뛰는 것 보다 헤엄을치기에 적당하다는 것입니다. 길고 넓은 꼬리 역시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특히 뒷다리는 일부 복원도에서처럼 두발로 서기에는 다소 적합하지 않다고 하네요. 뼈의 경우 빈공간이 없이 단단해서 물속에서 추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물은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공간입니다. 악어처럼 거대한 육식 동물에게도 이상적인 환경이죠. 따라서 반수생 육식 공룡이 있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만약 스피노사우루스가 정말로 물과 육지에서 사는 반수생 (Semiaquatic) 동물이었다면 대형 수각류 공룡으로써는 첫번째 증거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의견에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생물학자인 켄 카펜터 (Ken Carpenter, director and curator of paleontology at the Prehistoric Museum in Price, Utah) 는 아마도 당시의 강과 호수가 스피노사우루스가 수영을 하기에 충분할 만큼 깊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큰 공룡이 헤엄을 치려면 꽤 큰 강과 호수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공룡들이 (바다에서 발견되지 않았으니 바다는 가지 않았던 것 같고) 그렇게 큰 호수나 강에서 살았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위로 향한 코 역시 반드시 수생생활에 적응했다는 증거로 보기는 힘듭니다. 과거 디플로도쿠스 (Diplodocus) 같은 대형 공룡도 이와 비슷한 증거로 물에서 살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으나 이후의 발견된 증거는 이와 같은 가설을 배제한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스피노사우루스의 형태 역시 다른 방식으로 설명이 가능할 수 있다고 카펜터는 지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강이나 호수에서 숨어서 먹이를 기다리기에는 공룡이 너무 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인데요. 특히 등에 나있는 거대한 돛의 존재는 악어와 비슷하게 물에서 숨어서 먹이를 잡거나 혹은 물속에서 물고기를 잡는데는 매우 거추장스러울 것 같습니다. 물을 마시러 오는 공룡을 숨어서 기다리기에는 사람 키만큼이나 큰 등의 돛이 너무 잘보일 것 같고 완전히 잠수해서 수중에서 헤엄칠때도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말이죠. (그렇게 봐서 그런지 돛새치가 생각나긴 하지만.... 돛새치와의 크기 차이를 생각하면 이 돛은 수중에서 저항이 엄청날 듯 합니다. 더구나 이런 크기의 공룡이 깊이 잠수하려면 수심이.....)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하지만 한동한 과학계가 스피노사우루스의 수영 실력을 가지고 갑론을박을 보이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브라키오사우루스 (역시 콧구멍이 머리 위에 달려있어 수생설이 나왔던 공룡) 사례가 생각나는데 어떤 결론이 나올지 궁금하네요.
참고
Journal Reference:
- Nizar Ibrahim, Paul C. Sereno, Cristiano Dal Sasso, Simone Maganuco, Matteo Fabbri, David M. Martill, Samir Zouhri, Nathan Myhrvold, and Dawid A. Iurino.Semiaquatic adaptations in a giant predatory dinosaur. Science, 11 September 2014 DOI: 10.1126/science.1258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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