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멈추지 않는 서아프리카 에볼라



 최근에는 국내 언론의 보도는 뜸해졌지만 실제로 2014 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유행은 시간이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WHO 의 집계에 의하면 2014 년 9월 17일까지 5,762 명이 감염되고 2,746 명이 사망해서 7월말에 비해서 누적 환자와 사망자 수가 4 배나 증가했습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4/07/West-Africa-Ebola-Outbreak.html 참조)



(2014 년 9월 17일까지 에볼라 출혈열 현황 2014 Ebola virus epidemic in West Africa. Mikael Häggström - Own work, using File:BlankMap-World6.svg (Public Domain))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기니의 현황. 2014 년 9월 17일까지   This is a map of the distribution of the Ebola virus epidemic in Guinea, Liberia, and Sierra Leone as of 14 September 2014.  Credit : CDC)  







 이번 에볼라 출혈열 유행은 비록 다른 국가로 일부 번지긴 했어도 여전히 시에라리온, 기니, 라이베리아가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9월 17일까지 라이베리아는 3,022 명 환자 발생에 1,578 명 사망으로 1 위이며 시에라리온은 1,753 명 환자 발생에 537 명 사망으로 2 위, 기니는 965 명 환자 발생에 623 명 사망으로 3 위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 3 개국에서 대부분의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21 명 발생에 8 명 사망. 세네갈은 1 명 발생으로 다행히 주변국으로 크게 확산되는 모습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아프리카 내륙의 콩고에서도 독립적인 에볼라 발생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아무튼 지금까지의 추세를 봤을 때 서아프리카 에볼라 유행은 좀처럼 수그러질 기세를 보이지 않고 백신이나 치료제의 도입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내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험적인 약물과 백신의 테스트는 진행되고 있으나 기대를 모았던 지맵 같은 실험 약제도 너무 적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해서 효과를 확신하기 힘들고 더 나아가 지금처럼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는 치료에 사용할 만큼 의미있는 수량을 갑자기 양산하기도 어려운 상태입니다.


 그런데 사실 치료제나 백신보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환자 발생을 차단하기 위한 보건 방역과 격리입니다. 이 지역에서 이렇게 에볼라가 창궐할 수 있는 이유는 아직도 문맹률이 높고 주술 치료나 민간 요법에 의존하는 부족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에볼라는 대부분 환자의 혈액과 체액을 통해서 감염되는데 철저한 격리를 통해서 확산을 막을 수 있지만 기본적인 격리와 차단마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이들 3 개국에서 에볼라가 갈수록 맹위를 떨치는 이유입니다.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에볼라 차단과 격리가 어렵다고 본 시에라리온 당국은 사상 유래가 없는 에볼라 통행금지를 (Lockdown) 을 18 일에서 21일 사이 시행했는데 아예 아무도 못나오게 금지하고 그 사이 에볼라 희생자의 시신 71 구를 찾아내 매장했다고 합니다. 이는 매장을 통해서 전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극단적 조치였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특히 이 지역에서 장례식을 통해서 전파가 되고 있는데 희생자의 시신을 제대로 방역 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례를 치르면서 시신을 만졌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다시 2 차 전파가 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에볼라 사태는 앞서 언급했듯이 높은 문맹률 및 열악한 보건 환경으로 인해 멈추지 않고 창궐하고 있는데 이는 이 지역의 낙후된 경제 사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오랜 식민 지배와 잦은 내전, 정치 불안 등으로 인해서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가난한 국가들이었는데 이로 인해 보건 및 교육에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금 같은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인도적인 도움을 위해 온 의료진을 불신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손위생을 위한 비누까지 거부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서방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이번 에볼라 사태가 가난으로 인해서 심각해졌다면 다시 에볼라로 인해 이 지역 경제는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라이베리아는 생필품 가격이 150% 로 급등하고 철광석 광산을 운용하는 외국기업들이 철수하는 등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오랜 내전 끝남과 동시에 코코아를 비롯한 천연 자원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2010 년 이후 빠른 경제 성장을 누렸으나 이번 사태로 인해서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IMF 는 시에라리온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11.3% 에서 8%, 라이베리아는 이전 예상치의 절반인 2.5% 로 기니는 3.5% 에서 2.4% 로 모두 하향 조정했습니다. 미국 CDC 는 내년초까지 에볼라 환자가 55 만명에 육박할 수 있다는 더 불길한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이를 막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는데 지난 18 일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한 UN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다시 국제 지도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선진국에서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진행으로 볼 때 빠른 시일내로 에볼라가 퇴치될 것으로 믿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가까운 시일내로 안전성과 효능이 확보된 백신이 개발된다면 에볼라 사태에 극적인 진전이 이뤄지겠지만 그 때까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에볼라 출혈열로 희생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 등으로 알려진 내전이 끝나고 새롭게 출발하던 이들 국가들에 다시 엄청난 출혈이 (에볼라 출혈열) 발생한다는 것은 서아프리카의 또 다른 비극일 것입니다. 가능한 빠른 시일내로 이들 국가에 비극이 끝나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