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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5천만 년 전 함께 살았던 고대 파충류



 (Skeletal elements and anatomy of K. mongoliensis (MPC-D 100/50 and MPC-D 100/51). Credit: Nature (2025). DOI: 10.1038/s41586-025-08964-6)

과학자들이 2억 5천만 년 전 함께 있다가 화석화된 트라아이스가 초기 파충류 화석을 발굴했습니다. 이 화석들은 포유류에 앞서 더 먼저 집단으로 생활한 파충류의 증거라는 점에서 과학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프로콜로폰 트리고니셉스 (Procolophon trigoniceps) 50cm 정도 되는 몸길이를 지닌 파충류의 곁가지 그룹인 파라렙타 (parareptile)입니다. 이 그룹은 후손 없이 사라진 파충류의 친척으로 페름기말 대멸종 당시 살아남아 건조하고 뜨거운 판게아 대륙에서 살아갔습니다.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의 로저 스미스 (Roger M.H. Smith, Evolutionary Studies Institute, University of the Witwatersrand)가 이끄는 연구팀은 남아프리카 카루 분지의 트라이아스기 초 2억 5천만 년 전 지층에서 이 평범해 보이는 원시 파충류의 놀라운 비밀을 알아냈습니다. 바로 여러 개의 화석이 서로 붙어서 같은 지층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이들이 함께 화석이 되었다는 뜻으로 집단으로 모여 살았다는 증거입니다.

물론 본래는 따로 살다가 떼죽음을 당한 결과일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연구팀은 화석의 상태를 복원한 후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프로콜로폰의 화석은 큰 개체가 아래에 있고 작고 어린 개체가 위에 붙어 있는 식인데, 이는 특정한 목적을 지니고 이들이 모여 있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가장 가능성 높은 설명은 현재에도 일부 파충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혹한기를 버티기 위해 여러 개체가 땅굴에 모여서 체온을 유지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건조한 시기에 땅에 굴을 파고 살았는데, 이때 서로 뭉쳐 체온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홍수에 의해 자고 있던 땅굴이 한 번에 매몰되어 화석이 됐습니다. 이렇게 땅굴을 파고 사는 삶은 위험성이 있지만, 당시 곤드와나 대륙의 건조하고 뜨거운 환경에서는 생존에 필수적인 기술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이들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물론 저 멀리 브라질에서도 발견됩니다.

이번 발견으로 집단 생활을 했던 파충류의 기원은 가장 오래된 집단 생활의 기록을 지닌 초기 포유류보다 2000만년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적극적인 집단 생활이었는지 아니면 여름잠, 혹은 겨울잠만 같이 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려울 때 서로 뭉치는 습성이 2억 5천 만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5-06-fossils-colonies-reptiles-communally-million.html

Roger M.H. Smith et al, Skeletal accumulations of the parareptile Procolophon trigoniceps reflect fossorial response to Early Triassic climatic instability across southern Gondwana, Palaeogeography, Palaeoclimatology, Palaeoecology (2025). DOI: 10.1016/j.palaeo.2025.112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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