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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년 전 긴 더듬이를 지닌 딱정벌레 화석.



 (Researchers led by an Oregon State University scientist have identified a new species of beetle from Burmese amber, a specimen with antennae nearly 8 millimeters long attached to a 2.3-millimeter body. Collaborators named the new silvan flat bark beetle Protoliota paleus. Credit: George Poinar Jr., OSU College of Science.)

과학자들이 1억 년 전 호박 속에서 자긴보다 몇 배나 긴 길이의 더듬이를 지닌 딱정벌레를 발견했습니다. 프로톨리오타 팔레우스 (Protoliota paleus)라는 백악기 딱정벌레는 현재도 존재하는 가는 납작벌레과 (silvanid)의 일종으로 약간 튀어나온 눈과 긴 턱, 그리고 좁고 긴 전흉배판 (pronotum, 앞가슴판)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톨리오타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3.8mm의 몸길이의 몇 배에 달하는 8mm 길이의 긴 더듬이 한쌍입니다. 이 더듬이의 용도는 알기 어렵지만, 가장 가능성 높은 설명은 짝짓기용이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수컷 끼리 이 더듬이로 경쟁 상대를 물리치거나 혹은 성선택에 의해 생존에 먼가 불리해보이는 긴 더듬이를 지닌 수컷이 선택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딱정벌레 화석을 분석한 오리건 주립 대학의 조지 포이너 (George Poinar Jr.) 교수는 프로톨리오타의 발목에서 암컷을 성적으로 유인하는 물질이 분비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납작벌레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호박 속의 벌레 역시 암컷을 유혹하려다가 봉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납작벌레는 본래 나무껍질 등 수목에 사는 곤충이기 때문에 이렇게 나무에 수액에 갖혀 비명횡사할 위험성이 높았을 것입니다. 덕분에 과학자들은 손상되기 쉬운 긴 더듬이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화석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중생대에는 티라노사우루스와 트라케라톱스만 운명의 대결을 펼친 것이 아니라 작은 곤충들도 생존하고 후손을 남기기 위해 서로를 찌르면서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생명의 치열함은 1억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8-scientists-species-beetle-extra-long-antennae.html

George Poinar Jr. et al, Protoliota paleus sp. nov. (Coleoptera: Silvanidae)—new long antennae beetle in mid-Cretaceous Burmese amber, Ecologica Montenegrina (2023). DOI: 10.37828/em.202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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