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Infineon)
IT 부분에서의 혁신이 가져온 불편한 진실 가운데 하나는 엄청난 양의 전자 제품 쓰레기입니다. 제품 자체의 수명이 짧은 건 아니지만, 5년 된 스마트폰이나 10년 된 컴퓨터를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멀쩡한 제품이 결국 폐기 수순을 밟게 됩니다. 감당 못할 전자 쓰레기의 홍수 중심에는 PCB (printed circuit board) 기판이라는 혁신이 있습니다.
PCB 기판은 매우 쉽게 여러 개의 전자 부품을 조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활용이 극히 곤란한 유리 섬유와 금속 제품 때문에 전자 제품을 재활용하기 어렵습니다. PCB 분야의 강자인 독일 인피니온 (Infineon)은 지바 메터리얼스 (Jiva Materials)와 손잡고 유기물을 이용한 수용성 (water soluble), 생분해성 (biodegradable) PCB인 솔루보드 (Soluboard) 기술을 산업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솔루보드의 핵심은 유리 섬유 대신 식물성 성분으로 만든 무독성 폴리머를 이용한 PCB 소재로 그냥 물에 녹는 건 아니고 따뜻한 물에 넣으면 용해되어 흐물흐물 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에 있는 기판이 아래 있는 기판처럼 변해서 쉽게 폐전자 부품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부품을 떼는 작업이 매우 힘들 뿐 아니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었는데, 이제는 쉽게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솔루보드가 바로 모든 PCB 보드를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내구성이나 신뢰성 모두에서 오랜 세월 검증된 기술을 한순간에 버리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피니온은 솔루보드 기술이 적용된 PCB 기판을 테스트 용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개발 킷처럼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부품이라면 신기술을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3가지 디자인의 프로토타입 솔루보드 500개를 생산해 검증하고 있습니다.
의도대로만 된다면 솔루보드 기반의 PCB는 여러 가지 면에서 더 친환경적인 대안이 될 것입니다. 우선 전통적인 PCB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1제곱미터의 PCB를 기준으로 솔루보드는 10.5kg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620g의 플라스틱을 아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전자 부품에 들어있는 희토류 원소 및 기타 유용한 금속과 물질을 쉽게 회수할 수 있게 도와줘 자원 의존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전자 쓰레기를 줄여 환경 피해를 줄인다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과연 솔루보드가 전통적인 PCB 기술을 바꿀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참고
https://www.tomshardware.com/news/waterdegradable-pcbs
https://www.infineon.com/cms/en/about-infineon/press/market-news/2023/INFGIP202307-1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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