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네안데르탈인은 매머드나 곧은 상아 코끼리 같은 대형 포유류를 사냥해서 식량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현생 인류의 사촌 답게 항상 같은 식단만 고집한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생활을 영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카탈리아 인간 고생태학 및 소회 진화 연구소의 마리아나 나바이스 박사 Dr. Mariana Nabais of the Catalan Institute of Human Paleoecology and Social Evolution (IPHES-CERCA)가 이끄는 연구팀은 포르투갈의 그루타 데 피구에이라 브라바 (Gruta de Figueira Brava) 동굴에서 발견한 9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유적에서 이들이 특정 종류의 게를 요리해 먹었다는 증거를 확인했습니다.
당시 이 지역은 이전 간빙기의 마지막 기간으로 바닷가에서 여러 종류의 어패류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네안데르탈인이 가장 선호했던 메뉴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많이 먹는 게인 갈색 게 (brown crab, 혹은 식용 게)였습니다.
연구팀은 상당히 많은 숫자의 게 껍데기를 발견했는데, 껍데기에 남은 흔적을 봤을 때 분명히 도구를 이용해서 잘라낸 흔적이 있었으며 일부에서는 정성들여 요리한 흔적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일부는 섭씨 300-500도의 열로 잘 요리된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냄비가 없는 만큼 네안데르탈인이 게를 쪄서 먹지는 못했겠지만, 숯을 이용해 적당히 요리해 먹을 수는 있었을 것입니다.
당시 잡은 게들은 얕은 해안가의 웅덩이나 갯벌에서 채취했을 것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선호한 크기는 등딱지 너비 16cm 정도로 정성껏 구워 먹을 때 200g 정도의 고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해안가에는 홍합이나 다른 조개류도 풍부했기 때문에 이들도 함께 요리해 먹은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적당한 불로 구우면 조개류가 훨씬 맛있다는 사실을 네안데르탈인도 알았던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편견 때문에 네안데르탈인이 조개 구이를 해먹는 모습이나 잘 익은 게를 먹는 모습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안가에서는 매머드 사냥보다 훨씬 쉽고 안전하면서 풍부한 먹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도구와 불을 다룰 줄 알았던 네안데르탈인이 널린 먹거리를 그냥 두고만 봤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네안데르탈인들도 게맛을 알았던 정도를 넘어서 사실 해산물 구이의 달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2-proof-neanderthals-ate-crabs-coffin.html
The exploitation of crabs by Last Interglacial Iberian Neanderthals: the evidence from Gruta da Figueira Brava (Portugal), Frontiers in Environmental Archaeology (2023). D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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