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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로 만든 콜레라 백신?



 (The vaccine is cheap, easy to produce and simply mixed with water to administer. Credit: Hiroshi Kiyono)



  콜레라는 여전히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개도국에서 주기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무서운 전염병입니다. 다행이 경구용 콜레레 백신은 이미 나와 있지만, 가난하고 의료 환경이 열악한 국가에서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백신에 대한 연구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일본 도쿄 대학의 연구팀은 독특한 방법으로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을 개발했습니다. MucoRice-CTB라는 명칭의 이 백신 후보 물질은 제조 방법 자체가 기존의 백신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 콜레라 백신은 콜레라균 (Vibrio cholerae)가 아니라 이 세균의 독소인 cholera toxin subunit B (CTB)를 이용합니다. 이 독소에 대한 항체가 있으면 콜레라에 의한 심한 설사와 탈수가 발생하지 않아 콜레라를 겪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CTB 만으로는 증상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합니다. 



 연구팀은 쌀에 CTB를 생산하는 유전자를 삽입해 CTB를 지닌 유전자 조작 쌀을 만들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쌀에 본래 존재하는 단백질이 장까지 안전하게 CTB를 전달해 면역 반응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MucoRice-CTB는 다른 생산 설비 없이 그냥 벼를 키우기만 하면 해당 국가에서 쉽게 백신을 얻을 수 있고 그냥 가루로 만들어 섭취하면 되므로 의료진도 필요 없습니다. 가난한 개도국에서 사용하기에는 완벽한 백신인 셈입니다. 다만 아무리 이론적으로 그럴 듯 해도 사람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해야 승인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팀은 저널 The Lancet Microbe에 1상 임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각각 10명의 건강한 사람 네 그룹이 위약과 서로 다른 세 가지 용량의 MucoRice-CTB를 8주간 복용했습니다. 그 결과 특별한 부작용이나 이상 반응은 보고되지 않았으며 용량에 따른 면역 반응의 증가도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전체 대상자의 1/3에서 면역 반응이 약하게 나타났는데, 대상자의 장내 미생물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이 다양한 사람에서는 반응이 좋은데, 단순한 사람에서는 반응이 나빴기 때문입니다. 



 MucoRice-CTB가 실제 콜레라 백신으로 승인 받기 위해서는 앞으로 2상, 3상 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여기서 어느 정도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면 기존의 콜레레 백신보다 효과가 더 우수하지 않더라도 앞서 설명한 장점 때문에 일부 국가에 도입될 수 있습니다. 과연 쌀로 만든 백신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health-wellbeing/genetically-modified-rice-oral-cholera-vaccine/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mic/article/PIIS2666-5247(20)30196-8/fulltext#%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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