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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사료가 항생제 내성균을 퍼트린다?

 



 항생제 내성균은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입니다. 현재도 매년 70만명 정도가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하고 있지만, 내성균 증가와 노령자와 만성 질환자 등 감염 취약 인구 증가로 2050년에는 1000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암울한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증가하는 내성균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항생제 남용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간과하는 사실이 현재 사용되는 항생제의 상당 부분이 축산업 부분에서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가축의 생산성을 높이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람에 쓰이는 것보다 몇 배나 많은 항생제가 사용됩니다.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100202412112



 그런데 포르투갈 포르토 대학의 아나 R 프레이타스 박사 (Dr. Ana R. Freitas, University of Porto, Portugal)가 이끄는 연구팀은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전혀 의외의 내성균 전파 경로를 보고했습니다. 바로 반려동물, 특히 개 사료입니다. 개 사료는 사람이 먹는 음식처럼 까다롭게 세균을 검증하지 않는데다, 고기의 경우 익히지 않고 주는 경우도 있어 자연 상태 혹은 본래 다른 가축에 있던 내성균이 전파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25개 브랜드에서 나온 다양한 형태의 개 사료 55종의 샘플을 수거해 장내 미생물의 일종인 장내구균 (Enterococci)에 속하는 세균을 조사했습니다. 대부분의 장내구균은 특별한 질병을 일으키지 않지만, 일부는 면역이 약해진 환자에서 심각한 감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엔 여러 가지 항생제에 대해서 내성을 지닌 다제 내성 장내구균 감염 빈도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55개 중 30개의 샘플에서 장내구균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40% 정도는 일반적인 항생제(erythromycin, tetracycline, quinupristin-dalfopristin, streptomycin, gentamicin, chloramphenicol, ampicillin or ciprofloxacin)에 내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2%는 강력한 항생제인 반코마이신 (Vancomycin)과 테이코플라닌 (teicoplanin)에 대해서도 내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사실은 반코마이신 내성 장내구균 (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i, VRE)에 사용하는 항생제인 리네졸리드 (linezolid)에 내성을 지닌 장내구균이 23%에 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사료를 먹은 개가 질병이 걸리거나 이를 취급한 사람이 감염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성균을 포함해 대부분의 세균은 건강한 사람과 동물에 무해하며 세균이 포함된 사료 역시 별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그대로 시중에 유통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연구 결과가 개를 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료와 반려동물에 의한 내성균 환경 오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반려 동물과 사료의 내성균이 실제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면 사료를 적절히 멸균 처리하면 될 것입니다. 아마도 이 부분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제는 정말 필요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1-07-dog-food-sold-europe-antibiotic-resistant.html



Liliana Finisterra et al, Industrial dog food is a vehicle of multidrug-resistant enterococci carrying virulence genes often linked to human infections, International Journal of Food Microbiology (2021). DOI: 10.1016/j.ijfoodmicro.2021.10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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