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중생대 북극에는 수많은 공룡들이 번성했다

 


(Artistic depiction of the tyrannosaur Nanuqsaurus with its young. Credit: James Havens)




(Perinatal (baby) dinosaur bones and teeth from the Prince Creek Formation, northern Alaska (penny is 19 mm in diameter). Credit: Patrick Druckenmiller)



 공룡이 완전한 온혈동물이었는지 아니면 큰 몸집을 이용해 체온을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하는 반온혈 동물이었는지는 아직도 논쟁이 있지만, 공룡이 생각보다 추운 기후에 적응해 살았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현재의 북극과 남극권에 해당하는 지역에서도 공룡 화석들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체가 이동한 것인지 아니면 본래 새끼때부터 살았는지는 확실치 않았습니다. 



 알래스카 대학의 패트릭 드러켄밀러 (Patrick Druckenmiller of the University of Alaska Museum of the North)가 이끄는 연구팀은 알래스카 북쪽에 있는 콜빌 (Colville) 강 유역에서 2011년부터 지층을 파내 북극권에 살았던 고대 생물들을 연구해왔습니다. 10년에 걸친 고난의 발굴 끝에 연구팀은 수백 개의 아기 공룡뼈를 발견했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알에서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거나 혹은 아예 알 속에서 나오지도 못했을 태아였습니다. (사진) 



 이 화석의 주인들은 하드로사우루스류 (hadrosaurids, duck-billed dinosaurs), 케라톱스류 (ceratopsians, horned dinosaurs and leptoceratopsians), 4족 보행 초식 공룡인 테스켈로사우루스 (thescelosaurs), 타라노사우루스 (tyrannosaurs), 트로돈티드 (troodontids), 드로마에오사우루스 (dromaeosaurs)로 최소 7가지 종류의 새끼 공룡 무리였습니다. 하나도 아니고 이렇게 여러 종의 공룡이 같은 지역에서 발굴된다는 것은 당시 알래스카 북부에 수많은 공룡들이 살 수 있는 풍요로운 생태계가 존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백악기 후기인 7000만년 전에는 이 지역이 지금보다 따뜻한 기후였음을 시사하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지구 기온이 높았던 시기에도 북부 알래스카는 북극권에 속해 있었고 일년에 4개월은 해가 뜨지 않는 극한적 환경이었습니다. 연간 평균 온도는 섭씨 6도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도 새끼가 태어났다는 것은 예상보다 공룡의 온혈성이 완전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알에서 태어난 새끼 공룡은 큰 몸집을 이용해서 체온을 유지하기 어려운데다 대형 공룡일수록 커지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철새처럼 계절에 따라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으나 작은 새끼 공룡이 먼 거리를 이동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북극권에서 알을 낳았다는 것은 추운 환경에 적응했다는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보통 공룡을 소재로한 일러스트나 영화는 모두 열대지방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사실에 맞춰 수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1-06-multiple-dinosaur-species-arctic.html


Current Biology, Druckenmiller et al.: "Nesting at Extreme Polar Latitudes by Non-Avian Dinosaurs" www.cell.com/current-biology/f … 0960-9822(21)00739-9 , DOI: 10.1016/j.cub.2021.05.041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