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접종 중인 코로나 19 백신은 기존의 독감 백신 등에 비해 효과가 매우 우수한 편입니다. 특히 mRNA 백신의 경우 95%에 달하는 예방효과로 모든 종류의 백신 가운데 가장 뛰어난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백신 접종 후 감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종류의 백신이 100%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아닙니다. 코로나 19 백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백신을 접종했어도 개인 체질에 따라 항체가 충분히 생기지 않거나 중화 항체를 돌파하는 변이가 있을 경우 감염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돌파 감염의 경우에도 백신은 효과가 있습니다. 백신의 효과는 일단 감염을 예방해서 내가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지만, 설령 걸렸다고 해도 가볍게 앓고 넘어가게 만드는 효과도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애리조나 대학의 제프 버제스 교수(Dr. Jeff Burgess)가 이끄는 미국 내 대규모 연구팀은 코로나 19 코호트인 HEROES (the Arizona Healthcare, Emergency Response, and Other Essential Workers Surveillance Study)와 RECOVER (Research on the Epidemiology of SARS-CoV-2 in Essential Response Personnel) 데이터를 분석해 돌파 감염과 일반 코로나 19 감염의 임상 경과를 추적했습니다.
연구 참가자들은 3975명의 의료진 및 기타 의료 기관 인력으로 조사 기간 중 204명의 코로나 19 감염이 발생했습니다. 이 가운데 화이자, 모더나 백신 2회 접종을 완료했는데도 감염된 사람은 5명 뿐이고 1회 접종 후 감염된 사람은 14명 이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도 백신 2회 접종 시 감염 예방 효과는 90% 이상이었습니다. 돌파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돌파 감염 사례가 많지 않아 돌파 감염 시 특징을 연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입니다.
아무튼 연구팀은 소수의 돌파 감염 사례와 일반 감염의 임상 경과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백신을 1-2회 접종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바이러스 수치가 40% 낮게 나타났습니다. 바이러스 양이 적다는 이야기는 임상 경과가 양호하고 전파력이 낮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발열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돌파 감염에서 58%나 낮았으며 침상에 있는 기간도 2.3일 정도 짧았습니다. 그리고 돌파 감염 사례에서 중증 감염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는 돌파 감염 시에도 역시 백신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최초의 연구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대상 백신이 화이자/모더나 두 개 뿐이고 최근 우세종이 되가는 델타 및 델타 플러스 변이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앞서 소개한 것처럼 영국에서 델타 변이의 사망률이 크게 낮은 점을 볼 때 델타 변이에 의한 돌파 감염 시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포함해 백신이 효과적인 보호 효과를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돌파 감염과 관계 없이 빠른 백신 접종이 필요한 셈입니다.
참고
https://www.nejm.org/doi/10.1056/NEJMoa2107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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