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하기 전까진 대부분 폭락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속설이 최근 다시 입증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금값 폭락 으로 2013 년 4월 15일 뉴욕 상품 거래소 (CODEX) 에서 1980 년 만에 최대 낙폭인 하루만에 9.3% 나 급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6월물 금은 지난주 종가보다 140.30달러(9.3%) 떨어진 온스당 1,361.10 달러로 장을 마감하는 폭락장의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그날 폭락 사태가 발생하면 패닉 상태가 발생해서 주식이든 현물이든 금이든 서로 팔려고 내놓아 더 폭락한다는 속설을 보여준 셈이죠.
금만 폭락한게 아니라 같은 날 은 가격은 더 폭락해서 2.97달러(11%) 빠진 온스당 23.36 달러로 하락했고 금보다 더 비싼 백금도 덩달하 하락했습니다. 국제 유가도 WTI 기준 2.58달러(2.8%) 내린 배럴당 88.71 달러수준으로 떨어졌고 다른 지역 유가도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사실 몇가지 금값이 내릴 이유는 있긴 하지만 이렇게 폭락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데는 의문이 들수 있습니다. 금값 하락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것은 유럽 재정 위기가 키프로스 위기를 통해 다시 부각되면서 해당 국가들이 보유한 금을 내다 팔 것으로 지목된 점. 중국의 2013 년 1분기 경제 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나타내면서 인도와 함께 최대 금 소비국인 중국의 소비 둔화가 우려된 점 등을 들 수 있겠지만 이것 만으로 과연 이정도 폭락할 만한 이슈가 되는지는 다소 의문이긴 합니다. 하지만 폭등과 마찬가지로 폭락도 충분한 이유없이 일어날 수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게 아니면 인간의 심리라는 설명하기 어려운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봐야겠죠.
(지난 3 개월간 국제 금값 추세 Source : NASDAQ)
지난 2001 년부터 2011 년까지 금값은 매년 상승하면서 최고점인 온스당 1913.50 달러 (2011 년 8월 23일) 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2008 년 이후 불어닥친 글로벌 경제 위기는 안전 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겨 금값이 크게 상승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었죠. 하지만 너무 오른 금값은 이후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고 폭락 전까지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최근에는 온스당 1500 달러 선까지 후퇴했습니다.
올해 초 지속적인 세계 각국 정부의 양적 완화와 통화 전쟁에 따른 우려로 일부에서는 다시 금값이 반등하리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연초부터 금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는데 아무래도 이미 오를만큼 올라서 향후 상승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 개인 투자자 외에 귀금속이나 기타 산업적 수요에 있어서도 경기 회복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크게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이 적었다고 봐야겠죠. (대략 금 수요의 50% 는 귀금속, 40% 는 투자 목적, 10% 정도는 산업용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금 값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을 사기 보다는 파는 방향으로 돌아서리라는 예측도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이런 와중에 최근 금을 대거 매입했던 한국의 개인 투자자 및 한국 은행은 좌불안석일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금융종합 소득과세 강화와 저금리 기조로 인해서 최근 가격이 떨어진 금 (골드바) 나 혹은 은 (실버바) 를 구매한 자산가들이 있었는데 이분들도 걱정이 꽤 되시겠지만 사실 고점에 이르렀던 2011 년 공격적인 금 매입을 시도했던 김중수 한은 총재 역시 걱정이 크실 걸로 생각됩니다.
(1 kg 짜리 골드 바 One kilogram of 999.9 gold in ingot form. Swiss Banker. public domain image )
본래 한국 은행은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과는 달리 금을 대량 보유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11 년 이후 갑자기 공격적인 금 매입에 나서 2010 년 8월 14.4 톤에 불과하던 금 보유량이 현재는 104 톤 정도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특히 지난 2012 년 11월에서 2013 년 2월 사이 18.1 억달러를 들여 금 34 톤을 사들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때 사들인 금만 계산해도 벌써 수천억원의 손실이 하루만에 발생한 셈입니다. 한은에서는 나름 비상이 걸린 상황입니다. 역시 한은의 경제 전문가들도 금값의 미래를 예측하기는 힘들었다는 반증이겠죠. 아무튼 한은의 손실의 결국 크게 보면 국민의 손실이기 때문에 그다지 달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얼마까지 금값이 떨어질까요. 전문가도 사전에 예측 못한 일을 제가 예측할 순 없으니 알수 없다고 잘라 말할 수 있겠지만 한가지 재미있는 점이라면 금값 폭락이 이번에 처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난 1970 년대에도 금값이 폭등했다가 1980 년 한순간에 붕괴된 역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낙폭이 1980 년 후 33 년만의 최대 낙폭인 것입니다) 1980 년 1월 21일 온스당 850 달러이던 금값은 순식간에 붕괴되 수년 뒤에는 반토막이 난후 1999 년 6월 21 일에는 1/3 도 안되는 가격인 온스당 252.90 달러에 거래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크게 상승해 2001 년에 골드바를 산 사람은 2001 년에는 거의 10 배에 가까운 황금같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즉 20 년간 약세장이다가 10 년간 강세장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금값의 변화. 검은색은 명목 금값이고 붉은 색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금값. Historical gold price in USD and inflation adjusted gold price in USD. The chart shows Silver Thursday event as a peak in 1980 when Hunt brothers drove up the price of silver through speculations and after it they lost about a billion dollars. http://en.wikipedia.org/wiki/File:Gold_price_in_USD.png )
사실 금값이 이렇게 지옥과 천당을 오갈만큼 (여기에 투자한 투자자라면) 대격변을 겪은 이유는 저로써는 100% 이해되지 않습니다. 혹시 1980 년 이후 처럼 다시 장기 약세장이 오는 것일까요. 대부분 현재 반응은 온스당 1200 - 1300 달러 선까지 떨어질 순 있지만 저가 매수세가 들어올 것이라는 반응인 것 같습니다. 정말인지는 두고 보면 알겠죠. 개인적으로는 아직 안전 자산으로의 금의 가치가 사라진게 아닌 만큼 다시 반등할 여지는 있다고 보는데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자신있게 말할 순 없습니다.
다만 저는 이 금값 폭락 사태에서 한가지 궁금증이 있습니다. 10 년 사이 금의 가치가 이렇게 내리고 올라야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금의 가치가 이렇게 변해야 하는 이유는 언뜻 알기도 어렵고 예측도 불가능해 보입니다. 아무튼 한 개인은 몰라도 다수가 모인 시장은 합리적인 투자를 한다는 이론은 (이 이론의 타당성 여부와 별개로) 위의 그래프와는 정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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