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베이트레일을 기다리는 이유





 불과 수년전만 해도 넷북은 시장에서 꽤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비록 하드웨어적인 성능은 별로긴 하지만 당시 나온 초소형 노트북이나 타블렛 PC 비슷한 물건들은 성능이 다 그저 그런 상황이었고 가격이 매우 저렴하고 휴대가 간편하다는 점 때문에 넷북은 큰 환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ARM 기반 타블렛 PC 들 (안드로이드든 iOS 든) 이 큰 인기를 끌면서 넷북의 가치는 크게 희석되고 있습니다. 또 기존의 노트북들이 울트라북 같은 아주 가볍고 휴대가 편리하게 변하는 것도 한가지 이유는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제 시중에서 넷북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현재 넷북 열풍의 근원지였던 아톰 CPU 의 미래는 어두워 보입니다. 하지만 인텔의 CEO 인 폴 오텔리니 (Paul Otellini) 는 최근 컨퍼런스에서 아톰 기반의 노트북과 타블렛류 제품의 가격이 지금의 넷북 수준인 200 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를 인용한 xbitlab 은 인텔이 자사의 차기 아톰 SoC 인 베이 트레일을 저가형 타블렛과 컨버터플 PC 에 투입해 넷북을 사실상 대체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인텔이 타블렛 PC 시장에 대해서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인텔은 여러차례 자사의 하스웰 (Haswell) 프로세서가 타블렛 PC 를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하스웰에서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저전력 기술은 노트북보다 더 작은 전력 소모를 요구하는 타블렛 시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인텔은 10 W 급 TDP 를 가진 하스웰 제품군을 (Haswell-ULX 이라고 알려진 SoC 수준의 제품) 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타블렛 PC 를 고려하면 사실 10 W 보다 더 작은 TDP 를 가진 제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인텔은 저가형 타블렛 PC 시장을 겨냥하고 밸리뷰로 알려진 베이 트레일 제품군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84616963 참조) 차기 아톰 기반 베이 트레일은 최대 4 코어를 지원하고 아이비 브릿지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그래픽 코어인 EU 를 수를 줄여 탑재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이 트레일에서 새로운 아키텍처와 22 nm 공정으로 인해 기존 세대 아톰 기반 제품 보다 CPU 및 GPU 성능 모두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벤치는 공개된 바 없습니다. 


 아무튼 인텔은 베이트레일을 바탕으로 수백 달러 까지 가격을 낮춘 저가형 타블렛 및 노트북 형태의 컨버터블 PC 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때 넷북을 위해 사용된 아톰은 이렇게 시대의 변화에 맞춰 용도가 변경되게 될 것입니다. 현재 인텔에 의하면 베이 트레일은 T/M/D 세가지 제품군으로 나누어 등장할 예정입니다. 아마도 뒤어 붙은 알파벳이 사용 용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T 는 타블렛 등에 탑재가 충분히 가능한 3W 정도 TDP 를 가진 제품이며 M 은 기존의 넷북보다 더 저전력인 TDP 4 - 6.5 W 로 저가형 노트북 및 키보드 일체형 컨버터블 혹은 타블렛 PC 에 탑재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D 제품군은 12 W 정도 TDP 로 아마도 저가 데스크탑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각각에 대해서 상세한 사양 및 가격은 공개된 바 없습니다. 


  
(Source : intel) 


 OS 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베이트레일 기반 SoC 를 (베이 트레일은 모든 제품군이 SoC 형태로 원칩으로 되어 있는 구조임.) 아톰만큼 저렴하게 판매한다면 저가형 타블렛도 가능은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가지 변수는 스토리지로 대용량 SSD 를 장착하면 가격이 그렇게 저렴할 순 없습니다. 내장 스토리지를 32/64 GB 플래쉬 메모리 기반으로 줄이는 경우에는 윈도우 8 설치시 용량이 별로 안남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OS 에서 안드로이드 for x86 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x86 기반 타블렛 PC 를 사는 중요한 목적은 윈도우를 타블렛에서 구동하려는 것이겠지만 말이죠. 


 아무튼 가격을 낮추려고 노력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겠죠. 다만 현재 아톰 기반 타블렛 PC 들은 성능도 만족스럽지 못하면서 가격도 생각보다 별로 저렴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가격이 아이패드 수준이 되도 경쟁이 쉽지 않은데 사실 대개는 더 비싼 편이죠. 


 따라서 살만한 중저가형 x86 타블렛 혹은 컨버터블 (슬라이드 키보드를 지닌 타블렛 같은) PC 를 위해서는 베이 트레일이 약속처럼 저렴한 가격은 물론이고 CPU 및 GPU 성능을 꽤 끌어 올려야 합니다. 큰돈 주고 현재의 아톰 기반 타블렛 PC 를 살 사람은 제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윈도우 8 구동시 성능이 만족스럽지 못한게 사실이니 말이죠. (직접 넷북을 사용한 경험으로 이야기 하면 가격은 그렇다 쳐도 성능이 매우 불만족 스러움)



(인텔은 베이트레일 (밸리뷰) 에서 아톰의 가장 큰 문제점인 CPU 및 GPU 성능을 대폭 끌어올리겠다고 장담하고 있음.   Source : Intel)  


 만약 베이트레일이 가격과 성능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면 모바일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윈도우 8 과 MS 에 구원투수로 나서는 셈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매우 좋은 일이 되겠죠. 만약 베이트레일이 너무 늦거나 혹은 실망스런 성능과 가격으로 나오게 되면 아톰 기반 제품군의 미래는 매우 어두워 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사이 ARM 진영도 놀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근육 떨림을 막는 전자 임플란트

  (Three of the muscle-stimulating implanted electrodes – these ones are attached to silicone tubes which were used to more easily extract them from test subjects' bodies once the study was completed. Credit: Fraunhofer IBMT) ​ (A diagram of the system. Credit: Equinor Open Data License) ​ ​ ​ 근육이 자기 의지와 관계 없이 갑자기 수축하거나 떨림 (tremor, 진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현재까지는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치료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국립 연구 위원회(Spanish National Research Council)가 이끄는 독일, 아이슬란드, 영국, 미국 의 과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았습니다. ​ ​ 이 연구는 국제 과학 컨소시엄인 EXTEND 프로젝트의 일부로 신체에 신경 신호를 조절하는 전극을 넣어 움직임을 조절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 방법은 간단합니다. 생체 적합 물질로 만든 길이 3cm, 지름 1mm 크기의 백금-이리듐/실리콘 (platinum-iridium/silicone) 임플란트를 근육 속에 넣습니다. 각 임플란트엔 센서와 액추에이터 역할을 할 두 개의 전극이 있습니다. 외부에 있는 전극은 전원을 공급하는 기능도 합니다. ​ ​ 이 임플란트는 근육의 떨림이나 이상 동작을 파악하면 신호를 보내 움직임을 멈추게 합니다. 초기 임상 실험 결과는 1-2시간 정도 작동으로도 더 긴 시간동안 떨림 증상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 실제 임상에서 사용하게 될지는 지금 단계에서 말하기 이르지만, 먼가 사이버펑크의 세계가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은 전자 임플란트 같습니다. ​ ​ 참고 ​ ​ https://newatlas.com/health-w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