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올해 (2013 년)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의 3.0% 에서 (사실 이것도 기존보다 낮춘 수치) 2.3% 로 큰폭으로 낮추고 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대규모 추경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내놓는 경제 성장 전망치는 최근에는 대부분 상당한 낙관론을 섞어서 민간 경제 연구소보다 높게 책정 한 후 나중에 낮추는 방식이긴 했지만 이번에는 그 폭이 상당했을 뿐 아니라 대책으로 내놓은 대규모 추경 때문에 추경을 정당화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이를 분석하는 글은 아니고 그냥 이에 대한 잡담입니다.
일단 2012 년 경기가 하향 곡선을 그린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지난 2012 년 실질 GDP 성장률은 2.0% 수준에 머물렀고 2012 년 2 분기 이하로는 전기 대비 0.3% 이하 성장만을 기록했습니다.
(출처 : 한국은행)
2013 년 1 분기 성장률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전기보다 소폭 상승하는 정도로 예상되고 있어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추경을 편성한다는 이야기 자체는 놀라운 이야기는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고 대부분 국채를 발행해 빚으로 추경 재원을 조달할 예정이라 다소 논란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미 2009 년에도 당시 불어닥친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 및 경기 침체로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바가 있었고 당시 추경도 슈퍼 추경이라고 불리웠던 적이 있습니다. 2009 년 4월 국회를 통과한 추경 규모는 28.4 조원 규모로 (세출 17.2 조원 증액 + 세입 11.2 조원 감액) IMF 위기 당시 책정되었던 추경의 2 배 이상 수준이었습니다.
2013 년 초에 논의되는 추경 규모는 이글을 쓰는 시점에는 결론이 나지 않았으나 기획 재정부는 올해 세입 감소를 세수 감소 6 조원과 세외수입 감소 6 조원을 합해 12 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어 추경 규모는 12 조원 + 알파 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략적인 규모는 20 조원에 달하지 않겠는가 하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2009 년 슈퍼 추경 이후 두번째로 큰 추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래 2009 년이나 1998 년 처럼 경기가 수직으로 하락한 경우에는 정부라도 지출을 대폭 늘려서 경기를 진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현재 경기, 특히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은 시점에서 추경을 일부 편성한다는 것은 앞서 이야기 했듯이 그다지 의외는 아니지만 규모와 배경에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단 현 박근혜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마련한 예산안이 세수 결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 더 큰 12 조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작년 세수 부족은 국세가 예상 보다 2.8 조원 정도 적자였고 세계 잉여금이 1484 억원 적자였습니다. (http://blog.naver.com/jjy0501/100179564249 참조)
올해 세수 결손이 12 조원까지 커지는 이유에 대해서 일단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짐에 따라 추가로 세금이 덜 걷히게 되어 6 조원 정도 세입이 낮아질 우려가 있고 (여기에 현재 발표를 보면 이전 정부에서 세입을 과다 계산해서 실제로 3% 성장을 유지해도 세수 결손이 1.5 조원 가량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 기업 은행 및 산업 은행 매각에서도 6 조원대의 결손이 발생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측 근거입니다.
이에 대해서 일단 현 정부는 전 정부 문제였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부분도 흥미로운데, 본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도 MB 정부와 어느 정도 선을 그었고 지금도 선긋기를 계속 시도하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뭐 '전임자 탓' 이라고 하는 건 직책이나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일반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말이죠.
아무튼 이렇게 큰 세수 결손이 예상되기 때문에 세금을 더 거두던지 국채를 더 발행하든지 해야 하는데 정부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세금을 늘리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국채를 더 발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얼마나 국채를 더 발행할지는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가지 더 재미있는 부분은 한국판 재정 절벽 (fiscal cliff) 라는 표현입니다. 경기 진작을 위해 예산의 60% 는 상반기에 집행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하반기에는 재정 지출이 감소해 정부 지출 감소로 인한 경기 하락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따라서 세수 부족분 12 조원에 추가로 더 재원을 국채로 마련해 추경을 실행하겠다는 이야기 입니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당초 7.8 조원으로 예산안에 들어 있던 올해 적자 국채 발행액이 꽤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추경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정부안대로 가면 20 조원도 넘지 않을까 하는 예상입니다.
(국가 채무 추이. 2013 년 이후는 추정 출처 : 기획 재정부)
2013 년 국가 채무 예상은 464.6 조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슈퍼 추경이 현실화 되면 480 조원을 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수년 내로 500 조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전 정부에서 2009 년 이후 대규모 추경을 실시하면서 2008 년에서 2012년 사이 국가 채무가 100 조원 이상 꽤 증가했는데 전 정부는 다음 정부에서 균형 재정을 맞춰서 국가 채무가 급증하는 것을 막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정부는 지금은 그럴 생각이 없는 상태로 보입니다. 이전 정부도 빚내서 경기 부양을 했는데 왜 우리는 안되냐는 이야기도 가능하겠죠.
2012 년에 세운 계획으로는 2016 년에 국가 채무를 GDP 의 30% 이내로 줄이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도 경기 침체로 2 년 뒤로 미룬 것임. http://blog.naver.com/jjy0501/100167482046 참조 ) 위의 그래프 역시 2013 년 이후 국가 채무 증가율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예측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게 현 정부 기조와는 좀 다르기 때문입니다.
실제 추경 규모가 얼마나 될지, 그리고 얼마나 적절한 경기 부양책인지는 지금 제가 알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아무튼 2013 년에는 건전 재정 보다는 경기 부양 쪽으로 경제 운용의 가닥을 잡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다만 추경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근거는 있어야 하고 갑자기 비관적 예측이 나온 배경도 그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뭐 경기 부양의 필요성도 있고 세수가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은 이전부터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추가 국채 발행은 예상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국가 채무가 500 조원에 가까워지면 정치권에서도 다소 부담은 느끼지 않을까 생각하네요. 개인적으로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서 자신있게 말하긴 어려워도 추경 자체는 반대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디선가 돈이 생겨나는 게 아니라 결국 국채, 즉 국가 채무가 증가하는 반대 급부가 있는 만큼 신중하게 액수와 용도를 판단해 주기 바랄 뿐입니다.
한편 이번 추경은 규모가 실제로는 얼마가 되든 간에 이전 새누리당의 총선 및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는 별개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의 예산은 별개로 마련해야 하는데 앞으로 이 부분에 상당한 난관이 예상되므로 이미 그랬듯이 앞으로도 상당 부분은 공약을 수정해서 예산에 맞춰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더 빠른 속도로 국가 부채를 증가시키지 않으려면 말이죠.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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