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9일 정부에서 의결된 2012 년 회계연도 국가 결산에 따르면 2012 년 국가 채무 (지방 정부 채무 포함) 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443 조 8000 억원이며 GDP 대비 국가 채무는 34.9% 로 집계되었습니다. 아래 있는 기획재정부의 예측에 비해 2012 년 국가 채무가 더 늘어난 건 아니지만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은 관계로 GDP 대비 국가 채무는 다소 증가했습니다.
(출처 : 기획 재정부. 12 년 이후 결과는 확정이 아니며 5월 이후 반영. 2013 년은 예산안에 따른 것이고 추경은 포함하지 않음. 2014 년 이후는 추정 )
일단 2012 년 회계 결과를 따르게 되면 2012 년 국민 1 인당 국가 채무는 887.5 만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아직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어쨌든 GDP 증가율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는 점은 좋은 뉴스는 아닐 것입니다.
한편 정부에서는 2011 년 부터 기존의 현금주의 방식의 통계와 더불어 새롭게 발생주의 기준의 통계도 공개하고 있습니다. 위의 회계 결과는 모두 현금주의 방식에 의한 것입니다. 현금주의 회계기준은 재화나 용역에 대한 거래의 인수나 인도의 시점이 아닌 현금의 수취와 지급을 기준으로 회계를 작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미래에 받거나 지출할 항목을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비해 발생주의 회계기준에서는 재무적 효과를 현금의 수취와 지급과는 분리해서 거래의 발생시점에서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이해를 돕기위한 예시를 든다면 이렇습니다. 어떤 도시의 A 라는 시장이 임기말인 2012 년에 각종 사업을 추진해서 앞으로 다리나 도로 같은 여러 사회 간접 자본을 확충하기로 하고 시공사를 선정한 후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대금의 대부분은 2013 년 이후 지급하기로 했다고 할 경우 현금주의 회계 방식에서는 2012 년의 시 재정에 반영되지 않으므로 재정이 매우 건전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3 년에 새로운 시장 B 가 당선된 후에는 이 비용을 대부분 지불해야 하므로 2013 년 이후 현금주의 방식의 회계는 매우 불건전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발생주의 회계에서는 2012 년에 이 공사들의 비용이 2012 년 회계에 기록됩니다. 왜냐하면 거래가 발생한 시점이 2012 년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발생주의 회계기준은 현금주의 회계기준이 가지는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습니다.
아무튼 발생주의 회계기준 국가채무는 2012 년에 902 조 4천억원으로 2011 년 대비 무려 128.9 조원이 증가했습니다. 2011 년에는 774 조원이던 것이 갑자기 이렇게 증가한 주된 이유는 미래에 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공무원, 군인 연금에 대해서 다시 계산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연금충당 부채가 342.1 조원에서 436.9 조원으로 27.7% 증가했습니다.
연금 관련 부채가 이렇게 급증한 이유는 2006 년 추산에서 60세에 정년을 한 군인/공무원이 20 년 더 산다고 가정하고 계산한 연금이 기대 수명 증가로 2011 년 추산에서 여기에 +5.4 년을 더하게 되면서 증가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이 효과로만 33.9 조원이 추가로 더 필요한 상태입니다. 여기에 최근의 저성장 저금리 기조도 영향을 미쳐 연금 부채가 더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현금 기준으로 봤을 때 지금 당장에 이 돈이 없어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미래에 지급해야 되는 돈이 상당해서 앞으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금으로 지금되는 군인/공무원 연금의 적자 부족분은 2010 년에 1조 3072 억원에서 2012 년에는 1조 6959 억원으로 29.7% 나 증가했고 KDI 추정에 의하면 2015 년에는 3조 251 억원, 2030 년에는 14조 9600 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사실 군인/공무원 연금 역시 국민연금과 비슷한 문제가 있는데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연금을 받아야 하는 기간도 따라서 늘어나 결국 보험료를 높이지 않는 이상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가 될 수 밖에 없으며 여기에 저금리, 저성장,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연금 기금 자체의 고수익도 기대하기 힘들어 향후 적자가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로 벌써 그로 인한 문제점들이 여러가지 나타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사실 오래 산다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고 모두가 늙게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연금 문제나 노령자에 대한 사회적 안정만 구축 문제는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출산, 저성장 문제와 노령화가 같이 겹치면서 간단치 않은 문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발생주의 회계 결과에 의한 국가채무 증가는 이와 같은 미래를 미리 알려주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가지 더 고려해야 할 부분은 이 채무에 공기업 부채나 사학/국민 연금의 장기적인 적자는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는 점이죠.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잔뜩 겁먹을 필요는 없겠지만 대비책이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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