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위기의 북극곰


 사실 곧 멸종이 임박한 종은 아니긴 하지만 북극곰은 지구 온난화와 관련해서 상징적이 된 동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가장 사나운 맹수면서 어딘지 친근하게 생긴 외형으로 인해 인기가 높은 이 동물은 최근 주된 서식지인 북극해의 얼음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점차 개체수가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아있는 개체들도 점차 체중이 감소하거나 새끼들의 생존율이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히 점차 개체군이 붕괴 위기를 겪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중요한 사냥터인 해빙이 감소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북극곰의 위기와 관련된 이슈를 환경론자들의 감성팔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이는 명백한 과학적 증거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북극곰 어미와 새끼


  미국 지질 조사국 (U.S. Geological Survey) 및 캐나다 환경부 소속의 과학자들은 보퍼트 해 (Beaufort Sea) 남부에서 10 년간에 걸친 대규모 북극곰 개체수 연구를 토대로 이들의 개체수가 해빙의 감소에 분명한 영향을 받고 있으며 개체수, 특히 새끼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저널 Ecological Applications 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2001 년부터 2010 년사이 보퍼트 해 남부에서 북극곰을 포획한 후 태그를 붙여 이를 추적 관찰했습니다. 이에 의하면 2004 년에 총 1600 마리였던 북극곰 개체수는 2010 년에는 900 마리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연구의 주저자인 제프 브로마긴 (Jeff Bromaghin, a USGS statistician) 은 이 지역이 북극곰의 터전으로 점차 적합하지 않게 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USGS 가 진행한 다른 이전 연구에서 1980 년대 이 지역의 북극곰 개체수는 1800 마리였습니다. 그러나 1990 년대 말부터 2000 년대 초반에 이르는 시기에 이 지역의 환경이 크게 변하면서 (주로는 해빙의 감소) 북극곰의 개체수는 분명하게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바로 새끼들의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브로마긴에 의하면 2004 년에서 2007 년 추적 기간 동안 80 마리의 북극곰 새끼 가운데 2 마리만이 생존했다고 합니다. 대부분 새끼들이 굶어 죽었는데 이것은 해빙의 급격한 감소와 큰 연관성이 있습니다. 북극곰은 얼음 위에서 물개 사냥을 하는데 이것이 점차 줄어드니 사냥을 하기 힘들게 되고, 그러면 기아에 가장 취약한 새끼부터 죽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사실 북극곰 개체군의 미래에 큰 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 이상으로 일단 어린 개체가 성체까지 자라지 못하게 되면 이 개체군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있는 북극곰 세대 이후 세대가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보퍼트 해는 물론이고 북극곰이 서식하는 북극권 전체에서 점차 확산될 위험이 있습니다. 


 사실 문제는 북극곰의 수가 점차 감소한다는 것만이 아닐 것입니다. 이와 같은 환경 변화는 북극곰처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물들을 위기로 몰고가는 것 뿐 아니라 우리가 잘 모르는 수많은 동식물들을 멸종 위기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 우리가 이를 막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해도 늦은 상태이지만 더 나쁜 상태를 막기 위한 노력은 지금이라도 가능할 것입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