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292 - 천왕성의 거대 폭풍 등장



 천왕성은 태양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위치에 있는 차가운 가스 행성입니다. 태양에서 평균 19 AU, 즉 28.7 억 km 떨어진 위치에 있는데다 대기 (단단한 표면이 없는 가스 행성이기 때문에 상부 가스를 기준으로 온도를 설명) 온도는 최저 49K (−224.2 °C) 라는 극한의 환경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기상활동도 거의 없을 것 같지만 과학자들은 1986년 보이저 2 호가 천왕성의 근접 촬영 이미지를 보내온 이후 이 행성이 꽤 다양한 기상활동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보이저 2 호 이후 천왕성을 방문한 탐사선이 없기 때문에 이후 천왕성에 근접해서 이를 관측 할수는 없지만 대신 허블 우주 망원경과 켁 망원경 같은 고성능 망원경의 힘으로 천왕성의 기상 활동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이 망원경들은 천왕성의 표면에서 강력한 폭풍의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천왕성의 적도를 따라 무려 9000 km 에 걸쳐서 강력한 폭풍의 띠가 보이고 있습니다. (참고로 천왕성은 지구의 4 배 정도 크기입니다. 따라서 폭풍의 크기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hese are infrared images of Uranus (1.6 and 2.2 microns) obtained on Aug. 6, 2014, with adaptive optics on the 10-meter Keck telescope. The white spot is an extremely large storm that was brighter than any feature ever recorded on the planet in the 2.2 micron band. The cloud rotating into view at the lower-right limb grew into the large storm that was seen by amateur astronomers at visible wavelengths. Credit: Imke de Pater (UC Berkeley) & Keck Observatory images.)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거대 가스 행성들은 여러 층으로 대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밀도가 높은 고체 및 액체 상태의 물질들은 대부분 행성 내부 깊숙이에 존재하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기체 상태의 물질들은 다양한 층의 대기와 구름을 형성하는데 여기서 강력한 폭풍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규모는 지구의 폭풍을 왜소하게 보일 만큼 거대합니다.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수백년간 지속되는 거대 폭풍인 목성의 대적점일 것입니다. 토성에도 불가사의한 거대 폭풍이 존재합니다. 


 목성이나 토성에 비해서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캘리포니아 대학의 천문학자 임케 드 파터 (Imke de Pater, professor and chair of astronomy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에 의하면 사실 천왕성의 대기는 매우 활동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2014 년이 되자 강력한 폭풍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드 파터의 동료 천문학자 헤이디 하멜 (Heidi Hammel of the Association of Universities for Research in Astronomy) 에 의하면 이와 같은 일은 2007년에 예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2014 년에는 천왕성이 42 년 주기의 분점 (equinox, 춘분점이나 추분점 처럼 황도와 적도가 만나는 지점, 천왕성의 공전 주기는 84 년임.) 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설명하려면 천왕성의 독특한 자전축을 설명해야 합니다. 천왕성은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누워서 자전을 하고 있습니다. 즉 보통은 행성의 자전축과 공전축은 거의 수직에 가까워야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이 자전축이 기울어질 수 있습니다. 지구는 23.5 도 정도 기울어 있어서 4 계절이 생기는 이유가 되죠. 그런데 천왕성은 아예 거의 직각으로 누워있습니다. 따라서 분점에 이르면 이 때 적도 부근에 가장 많은 태양 에너지가 집중됩니다. 그러면 적도에서 강력한 태풍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 장면을 상세하게 관측하기 위해서 연구팀은 1.6 및 2.2 미크론 파장 영역에서 (즉 적외선) 천왕성을 관측했습니다. 이 영역에서 관측하면 대류권 계면 (tropopause, 대류권과 성층권의 경계면) 의 구름을 자세하게 관측이 가능합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폭풍은 실제로는 파란색으로 보일 것입니다. 다만 적외선 파장에서 관측을 하다보니 색상은 사진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지요.  


 이 관측은 8월에 이뤄졌느데 폭풍은 아직도 존재합니다. 이를 9월과 10월에 걸쳐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관측에 성공해서 다시 화제입니다. 



(실제 가시광 영역에서 관측한 폭풍  These are optical images of Uranus on Sept. 19 and Oct. 2, showing the dramatic appearance of a bright storm on a planet that normally displays only a diffuse bright polar region. Credit: Photo by Anthony Wesley, Murrumbateman, Australia.


 물론 406 mm 면 아마추어 천체 망원경에서는 대구경에 속하긴 하지만 이렇게 관측이 가능하다니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이제까지 천왕성의 폭풍을 관측한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은 이번이 최초라고 합니다. 프랑스의 Marc Delcroix 및 그의 동료들이 그 주인공인데 그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 매우 흥분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천왕성의 기상활동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관측이 이어지겠지만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차가운 행성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별로 대중적인 관심을 끌지 못해서 아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천왕성과 해왕성 모두 흥미로운 측면을 가진 행성들입니다. 앞으로 여기에도 다시 탐사선이 가서 상세한 모습을 우리에게 알려줄 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