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 아종인가 별개 종인가 ?



 네안데르탈인은 사람과의 동물 가운데서 현생인류에 매우 가까운 존재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들이 아프리카인을 제외한 현생 인류의 후손들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남겼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죠. ( http://jjy0501.blogspot.kr/2014/04/Human-Neanderthals-interbreeding.html 및 http://jjy0501.blogspot.kr/2013/12/Early-Human-Interbreeding.html 참조) 


 다시 말해 현생 인류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은 생식력이 있는 후손을 낳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과연 별개의 종으로 봐야 하느냐는 오래된 논란이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본래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시스 (Homo sapiens neanderthalensis) 라고 불렸던 적도 있습니다. 이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우리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종이지만 아종 (sub species) 라는 것이죠. 반면 호모 네안데르탈시스 (Homo neanderthalensis) 라는 명칭은 별개의 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학계의 주된 이론은 별개의 종이라는 것입니다. 



(복원된 네안데르탈인의 모습  
Homo neanderthalensis adult male - head model - Smithsonian Museum of Natural History. reconstruction: John Gurche; photograph: Tim Evanson ) 


 최근 이 오래된 논란에 대해서 별개의 종이라는 이론을 지지하는 증거가 나왔습니다. 새뮤엘 마르케스 (Samuel Marquez, PhD, associate professor and co-discipline director of gross anatomy in SUNY Downstate's Department of Cell Biology) 와 그의 동료들은 네안데르탈인의 신체 부위 중 오랬동안 논란을 유발했던 부위인 코의 해부학적 특성을 연구한 끝에 결국은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의 조상과 독자적인 진화를 겪었으며 사실 분리된 종으로 보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의 코는 약 1.5 세기 동안 논란을 유발한 부위였습니다. 이 부위가 중요한 이유는 춥고 건조한 기후에 적응을 보여주는 중요한 해부학적 구조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과거 코에 대한 연구가 이누이트인이나 혹은 북유럽인처럼 추운 기후에 잘 적응된 인종을 대상으로 진행되어 정확하지 않은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보고 현생, 멸종 인류 집단의 다양한 케이스와 정밀하게 비교 연구했습니다. 


 해부학, 이비인후과학, 고생물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조사한 결론은 네안데르탈인의 코의 구조가 춥고 건조한 기후에 잘 적응되어 있으나 현생 인류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독립적인 진화 과정을 겪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 생각과는 달리 춥고 건조한 기후에 잘 적응되어 있었으므로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은 추운 기후에 적응을 잘 못해서가 아니라 현생 인류의 조상 집단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물론 이 연구 결과 하나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관계가 말끔하게 정리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한가지 확실한 점이 있다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과학계에서 매우 핫 이슈라는 점입니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생각보다 이 둘의 차이가 적었다는 것을 지지하는 듯 하지만 그렇다고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시스라는 명칭을 다시 부활시킬 만큼 차이가 적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은 아직 많지 않은 듯 합니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조상. 이들의 관계는 결국 현생 인류의 탄생 과정을 밝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도 큰 흥미를 가진 분야이기도 합니다. 최근 DNA 연구 결과는 아주 놀라운 사실 (우리의 DNA 에 네안데르탈인에서 기원한 유전자가 있다는) 을 알려주었습니다. 과연 더 놀라운 사실이 앞으로 밝혀질까요? 


 참고 



Journal Reference:
  1. Samuel Marquez, Anthony S. Pagano, Eric Delson, William Lawson, Jeffrey T. Laitman. The Nasal Complex of Neanderthals: An Entry Portal to their Place in Human Ancestry. The Anatomical Record, 2014; 297 (11): 2121 DOI:10.1002/ar.23040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