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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대의 새로운 최상위 포식자 - Siats meekerorum



 아마도 공룡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배역을 맡는 육식 공룡은 바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Tyrannosaurus rex) 일 것입니다. 영화 쥐라기 공원을 비롯 공룡을 소재로한 수많은 영화, 만화, 그림, 심지어 전시회까지 티라노사우루스를 빼고는 흥행을 장담하기 힘들 만큼 '육식 공룡 = 티라노사우루스' 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있습니다.


 비록 쥐라기 공원에서 등장했던 벨로키랍토르 (Velociraptor) 가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주연급 조역을 담당하기도 했지만 현재 복원도에서는 쥐라기 공원에 나왔던 그 모습이 아니라 커다란 닭이나 타조 같은 모습으로 복원되고 있어 향후 인기면에서 티라노사우루스의 적수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무시무시한 중생대 육식 공룡하면 대부분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중생대 최상위 포식자라고 해도 사실 티라노사우루스에게는 공공연한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T. rex 는 백악기 말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만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다 다른 공룡과 함께 멸종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공룡의 화석은 주로 6700 만년에서 6800 만년전 형성된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됩니다. 따라서 사실 쥐라기 공원이 아니라 백악기 말 공룡 공원 같은데 있어야 하는 셈이죠. 영화에서는 심심치 않게 쥐라기 공룡도 사냥하는 T.rex 지만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쥐라기로 돌아간다면 T.rex 는 커녕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도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영화 쥐라기 공원이야 공룡들을 복원한다는 내용이나 뭐 그렇다 치지만... )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는 이른게 고생물학자들은 T.rex 이전에 살았던 거대 포식자들을 하나씩 발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사자나 호랑이, 북극곰 같은 그 시점의 최상위 포식자들은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겠죠. 이런 고대의 괴수들을 발견하고 복원하는 것은 당시 생태계 환경을 재구성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고생물학자들은 중생대를 포함한 지질시대의 최상위 포식자들의 화석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고생물학자들이 T.rex 보다 1000 만년 앞선 거대 상위 포식자인 리트로낙스 Lythronax 를 발굴하는데 성공한데 이어 ( http://blog.naver.com/jjy0501/100199424371 참고)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 이전에 등장한 최상위 포식자를 발견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 공룡은 Siats meekerorum 으로 알로사우루스상과 (Allosauroidea) 에 속하는 공룡입니다. 




(S. meekerorum 의 복원도  This is an illustration of Siats meekerorum. (Credit: Artwork by Jorge Gonzales) )     



 시카고에 있는 필드 자연사 박물관 (Field Museum of Natural History) 의 피터 마코비치 (Peter Makovicky) 와 노스 캘로라이나 대학의 고생물학자 린제이 자노 (Lindsay Zanno, a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paleontologist  ) 는 2008 년 유타주의 시더 산에서 발굴된 공룡 화석들을 분석해서 완전히 새로운 속에 속하는 신종 공룡 Siats meekerorum 을 학계에 보고했습니다. 이 명칭은 유타주에 있는 유트 인디언 부족의 전설속의 사람 잡아먹는 괴물 시아츠 (Siats) 와 박물관에 돈을 기부한 미커룸 가족의 명칭을 딴 것이라고 하네요. 


 이들이 발견한 공룡의 화석은 아직 성체가 아닌 청소년기의 개체로 생각되는데 그럼에도 몸길이가 9 미터에 달합니다. 완전한 성체의 크기는 대략 12 미터에 달하고 몸무게도 4 톤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연구자들의 추정입니다. 이 공룡이 살았던 시기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보다 약 3000 만년 전입니다. 이 시기 티라노사우루스의 조상들이 아직 작은 크기였을 때 시아츠 미커로룸 (S. meekrorum) 은 당시 시대를 지배한 최상위 포식자였을 것입니다. 이 공룡은 북미 육식 공룡 중 역대 3 번째에 들만큼 큰 크기의 포식자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공룡은 알로사우루스 상과에 속하는 종입니다. 이 상과에는 4개의 과가 존재하는데 기 중 시아츠 속이 속하는 과는 carcharodontosaur 입니다. 정확한 분류는 학자마다 차이가 존재하지만 아무튼 carcharodontosaur 과의 공룡이 북미에서 발견된 것은 지금까지 단 2 종이며 첫번째 종이 발견된 것은 1950 년대였다고 합니다. 시아츠 속의 발견은 carcharodontosaur 가 당시 다른 대륙과 분리되던 중이었던 북미대륙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했다는 증거로 생각됩니다. 


 사실 공룡의 시대에 많은 상위 포식자들이 생겨났다 다시 사라지는 일을 반복했을 것입니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그중 가장 마지막을 장식했던 공룡인데 매우 보존이 잘되었을 뿐 아니라 공룡 연구 초기부터 화석이 발견되어 특히 유명해진 사례였을 것입니다. 이제 최고 포식자의 왕좌에 앉았던 다른 대형 육식 공룡들이 하나씩 밝혀짐에 따라 티라노사우루스가 전부가 아닌 백악기 생태계의 육식 공룡의 진화에 대해서 보다 잘 이해하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시아츠 미커로룸이 살았던 1억년에서 6600 만년 시기 북미 대륙에서는 수많은 초식 공룡과 더불어 악어, 거북이, 대형 폐어등이 번성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생태계는 대형 육식 공룡이 생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먹이를 공급했을 것입니다. 이런 시기에서 알로사우루스과 이외에 티라노사우루스과 육식 공룡들도 다양하게 적응 방산해서 리트로낙스나 더 후기에 등장하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같은 거대 육식 공룡이 진화하게 되었겠죠.


 향후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더 다양한 육식 공룡들이 밝혀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도 영화에는 여전히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주연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지만 말이죠.


 참고


Journal Reference:

  1. Lindsay E. Zanno, Peter J. Makovicky. Neovenatorid theropods are apex predators in the Late Cretaceous of North AmericaNature Communications, 2013; 4 DOI:10.1038/ncomms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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