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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클린 룸에서도 살아남는 독종 박테리아 ?




 일부 박테리아들은 아주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생존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Tersicoccus phoenicis 만한 '독종' 은 찾아보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독특한 박테리아는 어디에서 진화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온갖 소독이 행해지는 우주선 조립을 위한 클린룸에서만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인공위성이나 우주 탐사선을 조립하기 위한 클린룸은 가장 높은 수준의 소독과 청결을 요구합니다. 작은 먼지나 곰팡이가 수억 달러 짜리 우주 탐사선을 못쓰게 만들수도 있기 때문이죠. 특히 화성 처럼 일부 박테리아들이 살수 있을 것 같은 환경에서는 더 철저한 소독이 필요한데 잘못해서 화성에 지구 미생물을 침투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러면 나중에 화성에서 발생한 미생물이 자체적으로 생긴 것인지 지구에서 이식된 것인지 혼동이 올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우주선 조립을 위한 클린룸은 최고 수준의 소독과 공기 여과가 이뤄집니다. 화학 소독은 물론 자외선 소독, 건조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다 햇빛도 들어오지 않고 먹이도 구할 수 없는 환경이다 보니 설령 엔지니어와 같이 들어온 미생물이 있다손 하더라도 오래 살지 못하고 사멸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환경에서도 생존하는 미생물이 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여기서만 발견된다는 점이죠.  


 2007 년 화성에 착륙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던 피닉스 랜더 (Pheonix lander) 의 클린룸에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미생물이 발견되었는데 바로 오늘 소개할  Tersicoccus phoenicis 입니다. 이 미생물이 어디서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이 녀석은 클린룸의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정말 독종 박테리아였습니다. 이 박테리아는 완전히 새로운 속 (genus) 으로 과학자들은 라틴어의 clean 을 의미하는 Tersi 라는 명칭을 붙여  Tersicoccus 라 명명했습니다.   




(T. phoenicis 의 현미경 사진.  This microscopic image shows dozens of individual bacterial cells of the recently discovered species Tersicoccus phoenicis. This species has been found in only two places: clean rooms in Florida and South America where spacecraft are assembled for launch. Spacecraft clean rooms are one of the most thoroughly checked environments on Earth for what microbes are present. The monitoring provides an indication of what species might get into space aboard a spacecraft. The image includes a scale bar showing that each of the bacterial cells is about one micrometer, or micron, across (about 0.00004 inch). (Credit: NASA/JPL-Caltech))     


 이 미생물은 먹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클린룸에서 질긴 생명력을 자랑했습니다. 이것만 해도 놀라운데 더 놀라운 일은 이 미생물이 두 번째 발견된 것이 플로리다에 있는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무려 4000 km 떨어진 프랑스령 기아나의 기아나 우주 센터의 클린 룸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미생물은 허셜 우주 망원경 (Herschel Space Observatory) 의 클린 룸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클린룸 이외의 장소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나사의 제트 추진 연구소 (JPL) 의 미생물학자인 파라그 바이샴파얀 (Parag Vaishampayan) 은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미생물은 (non-spore-forming, aerobic, non-motile, Gram-positive 구균임) 외부 환경, 예를 들어 토양에서 서식하는 박테리아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다만 일반 환경에서는 매우 드문 박테리아라 분리 동정을 해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흙 한스푼에는 수억 마리의 박테리아가 있고 이 중에서 아주 드물게 존재하는 박테리아라면 분리하기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클린룸에서 소독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대부분 평범한 박테리아들은 다 제거가 됩니다. 또 설령 살아남았다고 해도 먹이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결국 증식을 못하거나 혹은 사멸하게 되겠죠. 결국 극도로 소독에 강하고 먹이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T. phoenicis 만 남고 나머지는 다 사라지게 된 것이 이 박테리아가 클린룸에서만 발견되는 이유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렇게 독종 박테리아인데 왜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드문 박테리아가 되는 이유 역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인장 처럼 물이 부족한 환경에서 잘 사는 식물은 물이 풍부한 환경에서는 오히려 보기 힘듭니다. 물과 영양분이 충분한 환경에서 이 박테리아는 우점종의 위치를 차지하기 힘들며 극도로 먹이가 부족한 틈새 시장을 노리는 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T. phoenicis 는 이름처럼 불사조 처럼 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클린룸을 '클린' 하게 유지해야만 하는 곳에서 골치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생명의 경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도 있겠죠.  


 참고    


Journal Reference:
  1. P. Vaishampayan, C. Moissl-Eichinger, R. Pukall, P. Schumann, C. Sproer, A. Augustus, A. H. Roberts, G. Namba, J. Cisneros, T. Salmassi, K. Venkateswaran. Description of Tersicoccus phoenicis gen. nov., sp. nov. isolated from spacecraft assembly clean room environmentsInternational Journal of Systematic and Evolutionary Microbiology, 2012; 63 (Pt 7): 2463 DOI: 10.1099/ijs.0.047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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