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GLP-1 약물의 효과를 줄이는 유전자 변이 발견



 (GLP-1 약물의 AI 생성 이미지. 실제와 다를 수 있음)

위고비 (세마글루티드) 같은 GLP-1 약물은 최근 비만 약물로 크게 인기를 끌고 있지만, 본래는 당뇨 약물로 개발된 약물입니다. 물론 당뇨 환자에게도 현재 널리 처방되고 있습니다. 특히 비만한 당뇨 환자에서는 혈당 개선 효과는 물론 체중 감량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의사들은 일부 환자에서는 GLP-1 약물의 혈당 조절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 분자 건강 과학 연구소의 대사 질환 교수인 마르쿠스 스토펠(Markus Stoffel) 박사, 스탠포드 대학의 안나 글론 (Anna Gloyn) 교수,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교의 내분비학 및 임상 연구원이자 글론 교수의 제자였던 마헤시 우마파티시밤(Mahesh Umapathysivam) 박사와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교 의학 및 외과 부교수이자 스토펠 교수의 제자였던 엘리사 아랄디(Elisa Araldi) 박사 등이 포함된 다국적 연구팀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유전적 변이를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GLP-1 저항성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전체 인구의 10% 정도가 지니고 있는 PAM (peptidyl-glycine alpha-amidating monooxygenase) 효소의 변이와 연관이 있습니다. 인체에서 유일하게 펩타이드 호르몬(예: GLP-1, 인슐린 등)을 활성화하는 amidation(아미드화) 효소입니다.

만약 PAM 효소에 문제가 있으면 GLP-1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아 인체에서 효과가 떨어집니다. 그 결과 체중 감량 효과나 음식 배출 지연 효과, 그리고 혈당 조절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반면 역설적으로 GLP-1의 체내 수치는 오히려 높게 나타납니다.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은 p.S539W로 알려진 PAM 변이 유전자를 가진 성인과 그렇지 않은 성인 참가자를 모집하여 설탕물을 마시게 한 후, 다음 4시간 동안 5분마다 혈당을 측정했습니다. (당뇨병이 있는 참가자는 교란 변수가 더 많기 때문에 처음에는 당뇨병이 없는 참가자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 결과 예상대로 PAM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GLP-1 수치가 높은데도 혈당이 높게 유지됐습니다.

연구팀은 PAM 유전자 변이 쥐를 연구하던 취리히 대학 연구팀과 협력해서 PAM 효소가 없는 쥐에서는 GLP-1을 투여해도 혈당이 떨어지지 않고 GLP-1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 연구를 분석했습니다.

총 1,119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3건의 임상 시험에 대한 메타 분석 결과, PAM 변이 보유자는 약물에 대한 반응성이 낮았고 평균 혈당 수치인 HbA1c를 낮추는 데에도 효과가 적었습니다. PAM 변이가 없는 참가자의 약 4분의 1이 6개월 치료 후 권장 HbA1c 목표치에 도달한 반면, p.S539W 변이 보유자는 11.5%, p.D563G 변이 보유자는 18.5%만이 목표치에 도달했습니다.

다만 해당 변이 유전자를 가진 참가자들은 설포닐우레아, 메트포르민, DPP-4 억제제 등 다른 일반적인 당뇨병 치료제에 대해 차별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즉 PAM 효소와 연관이 없는 다른 당뇨 치료제에 대한 반응은 큰 차이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환자의 유전자 변이에 따른 맞춤형 정밀의학 (precision medicine)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런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에서는 당뇨 약물을 달리 처방하고 체중 감량 역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제까지는 약물 효과가 별로 없는 경우, 속된 말로 '약발'이 듣지 않으면 좀 써보고서 바꾸거나 용량을 늘려왔지만, 유전자에 기반한 정밀의학이 가능하다면 효과가 없는 약물을 처음부터 배제하고 더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참고

https://medicalxpress.com/news/2026-04-genetic-variants-people-bloodsugar-response.html

Mahesh M. Umapathysivam et al, Type 2 diabetes risk alleles in peptidyl-glycine alpha-amidating monooxygenase influence GLP-1 levels and response to GLP-1 receptor agonists, Genome Medicine (2026). DOI: 10.1186/s13073-026-01630-0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00 테슬라급 자기장 도달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에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자기력선의 밀도를 나타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자기력선의 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테슬라 (T) 가 있습니다. (1T = 1Wb/㎡  웨버 (Wb) 는 자속의 단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 의 경우 1.5 - 3 테슬라급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과학 연구용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90 테슬라급 자기장에 이어 이번에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는 100 테슬라급인 100.75 T 를 실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구현한 것은 18000 파운드 (8.16 톤 정도) 의 코일과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1200 메가줄 (Megajoule) 급 모터 제네레이터등의 설비입니다.  (   The 1,200-megajoule motor generator that powers the magnetic pulse.  )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Quantum Phase transitions and new ultra high field magnetic states Electronic Structure determination Topologically protected states of matter  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 T 급 MRI 만 해도 자기장의 힘이 엄청난데 100 T 라니 엄청난 자기장이네요. 이는 지구 자기장 세기보다 200만배 강력한 (물론 좁은 범위에서 작용하는 자기장이라 지구 전체...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

이빨이 다시 진화한 개구리

  ( CT scans of Gastrotheca guentheri skulls revealed what appeared to be identical rows of teeth on both the upper and lower jaws, which researchers later confirmed through dissection. Credit: Florida Museum/Daniel Paluh )  개구리는 2억년 전 진화 과정에서 이빨을 잃어버리고 큰 턱과 혀를 이용해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파충류나 포유류 같은 다른 사지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양서류가 쇠퇴하고 멸종하던 시기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이빨이 없는 덕분에 큰 혀를 발사하기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빨이 없으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씹는 대신 삼키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먹이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개구리는 이빨 같이 보이는 엄니 (fang)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사라진 이빨이 다시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는 돌로의 법칙 ( Dollo's Law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부분이 다시 생겨나지 않으며 대신 필요하면 다른 부분이 진화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가미가 사라진 사지 동물은 다시 물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가미가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대신 고래처럼 폐가 커져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개구리 중 하나인 구엔터 유대류 개구리 ( Gastrotheca guentheri, Guenther's marsupial frog, dentate marsupial frog)는 완전한 형태의 이빨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대류 개구리라는 명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