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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를 위해 암컷을 마비시키는 파란선 문어

 


(Sexually dimorphic characters and the associated mating behavior in blue-lined octopus, Hapalochlaena fasciata. Credit: Current Biology (2025). DOI: 10.1016/j.cub.2025.01.027)

암컷이 상대적으로 클 경우 몇몇 수컷들에게 짝짓기는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은 거미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문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맹독성 문어의 하나인 파란선 문어 (blue-lined octopus, 학명 Hapalochlaena fasciata)도 그런 경우로 암컷이 월등히 크기 때문에 수컷은 짝짓기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의 과학자들은 파란선 문어 수컷이 놀라운 방법으로 암컷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바로 독으로 암컷을 마비 시키는 것입니다. 수컷이 사용하는 독은 우리에게 복어 독으로 잘 알려진 테트로도톡신 (tetrodotoxin)입니다. 테트로도톡신은 신경독으로 몸을 마비시켜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하지만 문어 수컷은 절묘한 용량을 사용해 암컷을 잠시 마비시킨 후 안전하게 짝짓기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테트로도톡신은 문어가 지닌 공생 미생물에서 얻습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자세히 연구하기 위해 야생 파란선 문어 암수를 몇 마리 잡아와 수조 안에서 테스트했습니다. 수컷은 조심스럽게 접근한 후 암컷을 마비시키는 데, 이때 호흡도 멈추기 때문에 너무 길게 끌어서는 안됩니다. 따라서 수컷 문어는 외과 수술을 위한 마취처럼 정교하게 마비 시간을 조절하는데, 대게 8분 정도 지속됩니다. 사람 같으면 사망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문어의 경우에는 큰 손상 없이 회복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실험실에서 짝짓기를 마친 모든 암컷이 문제 없이 깨어난 후 29일 후 알을 낳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파란선 문어 수컷은 자연계의 마취과 의사라고 불러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아마 사마귀 수컷이 보면 정말로 부러워할 기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5-03-male-blue-lined-octopuses-paralyze.html

Wen-Sung Chung et al, Blue-lined octopus Hapalochlaena fasciata males envenomate females to facilitate copulation, Current Biology (2025). DOI: 10.1016/j.cub.2025.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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