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idiophore of the fungal organism Aspergillus fumigatus. Credit: CDC/Dr. Libero Ajello (PHIL #4297))
항생제 내성에 대한 이야기나 슈퍼 박테리아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뉴스 등을 통해 많이 접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세균만 내성을 진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기생충이나 곰팡이 (진균), 바이러스도 내성을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사람들에게 친숙하지 않지만, 병원성 곰팡이인 아스페르길루스 (Aspergillus fumigatus)가 있습니다.
토양에 매우 흔한 곰팡이인 아스페르길루스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대부분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키지 않지만, 면역이 떨어진 사람이나 호흡기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서 생각보다 심한 감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감염된 환자 가운데 중증 환자의 사망률은 30-90%에 이릅니다.
아스페르길루스증: https://www.kdca.go.kr/board/board.es?mid=a20302111401&bid=0064&act=view&list_no=368571
아스페르길루스증 같은 병원성 진균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은 3가지(amphotericin B, triazoles, echinocandis)인데, 이 가운데 장기간 경구 투여가 가능한 약물은 아졸 (azole) 계열 약물 뿐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대해서 내성을 지닌 아스페르길루스가 보고되고 있단 점입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마이클 보터리 박사와 마이클 브롬리 교수 ( Dr. Michael Bottery, Prof. Michael Bromley from The University of Manchester)는 아졸에 내성을 지닌 아스페르길루스 진균의 유전자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곰팡이들은 돌연변이가 생긴 DNA를 수리하는 능력이 변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통 자연 상태에서 이런 중요한 기능이 손상되면 생존에 불리하지만, 항진균제 사용 같은 특수한 경우에는 오히려 진화를 촉진하는 힘이 되어 심지어 다른 항진균제에 대한 내성까지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이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재 개발 중인 새로운 항진균제에 대해 빠르게 내성을 획득하는 것입니다.
맨체스터 대학의 스핀 오프 기업인 F2G Ltd는 지난 20년 간의 연구와 2억 5천만 파운드의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끝에 새로운 항진균제인 올로로핌 (olorofim)을 개발해 임상 시험 막바지 단계에 와 있지만, 금방 내성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특히 이 약물이 이프플루페노퀸 (ipflufenoquin)이라는 농업용 항진균제와 비슷한 목표를 공격하는 약물이라 이미 내성을 진화시킨 다른 곰팡이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병원성 곰팡이의 내성 위협은 세균만큼 크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12-deadly-mold-strains-highly-resistance.html
Elevated mutation rates in multi-azole resistant Aspergillus fumigatus drive rapid evolution of antifungal resistance, Nature Communication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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