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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은밀한 색 - 자외선 영역에서 본 뱀



 (Visible (color) and UV (grayscale) photos of three pitviper species exhibiting a wide range of UV reflectance. From top to bottom, the species are a prairie rattlesnake, a western diamondback rattlesnake and a two-striped forest pitviper (the green one). Even though all of these snakes are closely related species, they exhibit a wide range of UV reflectance. The white circle in each photo is a color standard used to measure UV and visible color reflectance in each photo; in the UV photos, the darker the snake appears, the less UV color it has. Credit: Hayley Crowell, John David Curlis, Hannah Weller, Alison Davis Rabowsky / University of Michigan)




(Two highly-patterned snake species display very different amounts of UV color. The harmless Catesby’s snail eater on the left was much more reflective in the UV spectrum than the venomous South American coral snake on the right. The white circle in each photo is a color standard used to measure UV and visible color reflectance in each photo; in the UV photos, the darker the snake appears, the less UV color it has. Credit: Hayley Crowell, John David Curlis, Hannah Weller, Alison Davis Rabowsky / University of Michigan)

뱀은 시력이 좋은 편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풀숲에 숨어 있다가 사냥하는 동물인데다, 낮은 위치 때문에 예민한 후각과 달리 시력은 뱀의 감각기관에서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장은 이것과는 다른 영역입니다. 쥐 같은 사냥감의 눈에 띄지 않을 뿐 아니라 새 같은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뱀들은 다양한 무늬를 발달시켰습니다.

다만 우리가 언뜻 보기에는 뱀의 알록달록한 피부는 오히려 눈에 잘 띄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눈으로 봤을 때 그런 것이고 동물의 시각에서 봤을 땐 전혀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미시간 대학의 헤이레이 크로웰(Hayley Crowell, a doctoral student in the U-M Department of Ecology and Evolutionary Biology)이 이끄는 연구팀은 콜로라도에서 페루에 이르는 지역에 서식하는 뱀 110종을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역의 자외선에서 관찰해 비교 연구 했습니다.

인간도 눈이 좋은 편에 속하지만, 아무래도 눈으로 먹이를 찾아야 하는 새보다는 좋지 않습니다. 새가 감지할 수 있는 자외선 영역을 인간이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자외선 영역에서 관찰해보면 알록달록한 무늬가 사라지거나 혹은 다르게 보이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자외선 영역까지 고려한 위장색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무에 사는 뱀의 경우 대부분 포식자인 새를 피해 야행성으로 움직입니다. 그런 만큼 낮에는 나뭇잎 사이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실제로 잎과 비슷한 자외선 반사 패턴을 만들어 새의 눈을 피합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질문은 자외선 영역에서 암수가 다른 패턴을 만들어 짝짓기에 활용하냐는 것입니다. 연구 결과 의외로 뱀들은 암수에 따른 패턴의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친척인 도마뱀과는 다른 경우인데, 시력이 좋지 않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자연계에서 자외선 영역을 볼 수 있는 동물은 의외로 많습니다. 하지만 사실 자외선 영역을 볼 수 없어도 독특한 패턴을 진화시킨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자연의 세계는 볼수록 놀라운 것 같습니다.

자외선 영역에서 본 동물의 세계: https://blog.naver.com/jjy0501/220448255599

참고

https://phys.org/news/2025-03-snakes-secret-language-ultraviolet-hidden.html

Hayley L. Crowell et al, Ecological drivers of ultraviolet colour evolution in snakes, Nature Communications (2024). DOI: 10.1038/s41467-024-495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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