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1404 - 우리 은하에서 가장 무거운 항성 질량 블랙홀 발견

 


(Astronomers have found the most massive stellar black hole in our galaxy, thanks to the wobbling motion it induces on a companion star. This artist's impression shows the orbits of both the star and the black hole, dubbed Gaia BH3, around their common center of mass. This wobbling was measured over several years with the European Space Agency's Gaia mission. Additional data from other telescopes, including ESO's Very Large Telescope in Chile, confirmed that the mass of this black hole is 33 times that of our sun. The chemical composition of the companion star suggests that the black hole was formed after the collapse of a massive star with very few heavy elements, or metals, as predicted by theory. Credit: ESO/L. Calçada)

블랙홀은 질량에 따라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무거운 별이 최후를 맞이한 후 생기는 항성 질량 블랙홀과 은하 중심에 있는 거대 질량 블랙홀 (SMBH)이 그것입니다. 사실 그 사이에 있는 중간 질량 블랙홀도 있지만, 숫적으로 보면 이 둘, 특히 항성 질량 블랙홀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항성 질량 블랙홀은 무거워봐야 사실 태양 질량의 수십 배 수준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초신성 폭발 시 상당한 질량을 잃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은하에서 발견된 가장 무거운 항성 질량 블랙홀인 백조자리 X-1 (Cygnus X-1)도 태양 질량의 21배 수준입니다.

하지만 프랑스 국립 과학 연구센터의 파리 천문대의 파스퀠라 파누조(Pasquale Panuzzo, an astronomer at the Observatoire de Paris, part of France's National Center for Scientific Research (CNRS))가 이끄는 연구팀은 유럽 우주국의 가이아 관측 데이터를 리뷰 하던 도중 생각보다 가까운 위치에 지금까지 우리 은하에서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큰 항성 질량 블랙홀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가이아 BH3 혹은 BH3라고 명명된 이 새로운 블렉홀은 가이아 데이터와 함께 유럽 남방 천문대의 VLT 망원경에 설치된 Ultraviolet and Visual Echelle Spectrograph (UVES)를 이용해 그 존재가 확인되었습니다. BH3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33배이고 거리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2000광년 정도입니다.

(동영상)

(설명 영상)

2000광년이면 그렇게 가깝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지구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블랙홀이며 백조자리 X-1과 비교해서 3배나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거리에서 흡수하는 물질이 적은 블랙홀은 방출하는 에너지가 없어 관측이 어렵습니다. BH3를 관측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블랙홀의 영향을 받는 동반성의 움직임 덕분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큰 질량을 지닌 항성 질량 블랙홀이 생기는 이유는 구성 성분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가 부족한 무거운 별의 경우 초신성 폭발에서 잃어버리는 질량이 적기 때문입니다. 물론 블랙홀이 되면 모든 물리적 특징은 사라지고 질량만 남기 때문에 이를 직접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연구팀은 동반성에서 그 단서를 찾아냈습니다.

동반성의 물질 구성은 대개 비슷하기 때문에 아직 사라지지 않은 BH3의 동반성을 조사하면 실제로 무거운 원소가 부족한 별이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관측 결과는 BH3가 무거운 원소가 적은 별이 남긴 블랙홀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BH3만큼 무거운 항성 질량 블랙홀을 우리 은하 밖에서만 관측했습니다. 따라서 그 정확한 정보를 알아내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BH3의 발견으로 앞으로 항성질량 블랙홀을 자세히 관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번 발견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큰 질량을 지닌 블랙홀이 숨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앞으로 과학자들은 새로운 항성 질량 블랙홀을 찾기 위해 관측을 계속할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04-massive-stellar-black-hole-galaxy.html

Discovery of a dormant 33 solar-mass black hole in pre-release Gaia astrometry. Astronomy & Astrophysics, 2024. aanda.org/10.1051/0004-6361/202449763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