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male inside male of Schistosoma mansoni. Some 200 million people in 74 countries have schistosomiasis due to infection by parasitic worms, including S. mansoni. Credit: Butantan Institute)
(Life cycle of Schistosoma spp.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 https://www.cdc.gov/dpdx)
자연계에서 금술이 좋기로 이름난 커플이 바로 주혈흡충 (Schistosoma mansoni)입니다. 대개 알을 낳는 암컷이 몸집이 큰 다른 기생충과 달리 주혈흡충은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큽니다. 그 이유는 수컷이 암컷을 재우고 먹여서 키우기 때문입니다. 주혈흡충 수컷에는 긴 홈이 파여져 있는데, 여기에 암컷을 넣고 다니며 평생을 함께 합니다.
주혈흡충: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58943&docId=3576588&categoryId=58962
주혈흡충은 중간숙주인 달팽이를 거쳐 나온 유충이 사람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 혈관으로 들어가며 최종적으로 간에서 영양분을 가로채며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이동해서 방광 혹은 장으로 가는 혈관을 통해 소변과 대변으로 알을 배출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부 알이 역류해 간으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런 일이 반복되면 염증 반응을 통해 간경화를 유발하니 문제가 됩니다.
다행히 주혈흡충은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중간 숙주인 특수한 달팽이가 사는 74개국에 퍼져 있으며 2억 명에 달하는 사람을 감염시킵니다. 오염된 물에 들어가지 않거나 마시지 않으면 감염이 되지 않고 프라지콴텔 같은 효과적인 치료제도 있으나 사실 많은 개도국에서는 오염된 물을 이용해서 살아가야 하고 의료 기관 이용도 쉽지 않아 가능하다면 백신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된 주혈흡충 백신은 3상 임상에서 결국 실패했습니다.
매년 600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브라질 부탄탄 연구소 및 상파우롤 대학의 데이지 우엘너 - 산토스 (Daisy Woellner-Santos, Instituto Butantan, Universidade de São Paulo)가 이끄는 브라질 연구팀은 phage immunoprecipitation sequencing (PhIP-Seq)라는 기술을 이용해 주혈흡충의 알려진 단백질 11,641개의 DNA 염기 서열 119,747쌍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자연 치유한 원숭이에서 확인한 항체를 매칭해 가장 가능성 높은 백신 목표를 분석했습니다. 당장에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망한 목표들을 확인한 것입니다.
연구팀이 생각하는 유력한 목표 중 하나는 수컷과 암컷이 만나게 하는 물질인 Long non-coding RNAs (lncRNAs)입니다. 이를 공격하면 암수가 떨어져 결국 암컷이 죽게 되고 알을 낳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치료제나 백신의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헤어지면 죽는 절대적인 사랑을 나누는 이들을 강제로 헤어지게 만드는 것은 안타깝지만, 사람이 살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는 만큼 가능하다면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04-molecular-biology-technique-discovery-candidate.html
Daisy Woellner-Santos et al, Schistosoma mansoni vaccine candidates identified by unbiased phage display screening in self-cured rhesus macaques, npj Vaccines (2024). DOI: 10.1038/s41541-023-00803-x
Gilbert O. Silveira et al, Long non-coding RNAs are essential for Schistosoma mansoni pairing-dependent adult worm homeostasis and fertility, PLOS Pathogens (2023). DOI: 10.1371/journal.ppat.101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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