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는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원시 시대보다 오히려 농경이 시작되고 문명화가 이뤄지면서 크기가 약간 줄어들었습니다. 하는 일이 단순해지고 먹는 음식도 단순해지면서 영양분 섭취가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생각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반전이 있습니다. 사실 최근에는 뇌가 다시 커지는 양상으로 반전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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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의 찰스 드 칼리 교수 (Charles De Carli, a neurology professor, director of the UC Davis Alzheimer’s Disease Research Center)가 이끄는 연구팀은 심혈관 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만성 질환의 발생을 연구하는 장기 코호트 연구인 프래밍햄 심장 연구 (Framingham Heart Study (FHS))의 뇌 MRI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1999년과 2019년 사이 뇌 MRI를 촬영한 3,226명의 뇌 용적을 1930년대 생부터 1970년대 생까지 분석한 결과 나중에 태어난 사람일수록 뇌의 크기가 커지는 양상이 관찰됐습니다. 두개골 내 용적을 의미하는 ICV (intracranial volume) 기준으로 1930년 대 태어난 사람은 평균 1,234ml인 반면 1970년 대 태어난 사람은 1,321ml로 6.6%나 증가했습니다.
부위별로 볼 때에도 1930년대 태어난 사람과 1970년대 태어난 사람의 차이는 분명했습니다. 뇌의 신경세포 본체가 밀집한 겉부분인 대뇌 회색질 (gray matter)는 2.2% 정도 부피가 컸으며 뇌 세포의 신경이 지나가는 대뇌의 백색질 (white matter)는 7.7% 부피가 컸습니다. 그리고 기억을 담당하는 주요 부분인 해마 (hippocampus)도 5.7% 더 컸습니다. 대뇌 표면적 역시 14.9%나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대뇌 크기의 증가는 몸 크기의 증가와 깊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1930년대 태어난 사람보다 1970년대 태어난 사람이 어렸을 때 훨씬 잘 먹고 컸기 때문에 키도 크고 뇌도 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만 키를 보정해도 뇌의 크기가 증가하는 양상은 여전히 유지됐습니다. 영양학적인 요소 뿐 아니라 더 많은 교육을 받는 등 사회적인 요소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뇌 용적의 증가가 전 세계적으로 치매 유병률이 감소하는 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 치매 인구는 이미 5500만 명이 넘어섰고 앞으로 더 많아질 수밖에 없지만, 이는 사실 고령화에 따른 것이고 같은 나이에서 치매 위험도는 다행히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뇌 용적이 커진 덕분에 뇌가 축소되거나 손상되도 나머지 여유분이 많은 점이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현 세대에게는 다행인 소식이지만, 정확한 상관 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medical/brains-bigger-reduced-dementia-risk/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neurology/fullarticle/2816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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