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rmarachne colombiana. Credit: George Poinar Jr.)
곤충 가운데 가장 많은 생물량을 차지하는 생물은 의외로 흰개미입니다. 절지동물의 총 생물량 10억 톤 가운데 40%는 흰개미이며 10% 정도만 개미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개미의 생물량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다른 많은 동물들의 먹이가 됩니다. 흔히 개미지옥 정도만 생각하지만, 사실 거미를 포함한 수많은 동물이 개미를 사냥합니다.
하지만 개미핥기처럼 몸집 크기가 엄청나게 나지 않는 이상 개미를 사냥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개미는 집단으로 방어할 뿐 아니라 강력한 턱과 화학 무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독으로 사냥하는 거미가 개미를 잡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일부 거미는 강력한 선택압에 의해 개미처럼 보이게 진화해서 이 문제를 극복했습니다.
오리건 대학의 조지 포이너 (George Poinar Jr)는 콜롬비아에서 발견된 코펄 (copal) 화석에서 개미처럼 위장한 거미를 발견했습니다. 미르마라크네 콜롬비아나 (Myrmarachne colombiana)라고 명명된 이 거미는 언뜻보기에는 진짜 개미처럼 생겼지만, 사실 거미입니다.
거미가 개미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변형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다리가 8개인데다, 한쌍의 더듬이를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대의 개미 위장 거미들은 앞 다리 두 개를 더듬이처럼 변형시키고 다리가 여섯 개인 척 하는데, 미르마라크네 역시 같은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그리고 개미처럼 날씬한 허리를 지니기 위해 두흉부 (cephalothorax) 복부 역시 변형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코 속 거미의 정확한 연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코펄의 크기가 너무 작아 화석을 손상시키지 않고서 연대 측정을 위한 샘플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나무의 수지가 굳어 광물화된 코펄은 대개 300만 년 이내의 최근 광물이고 호박 (amber)는 2500만 년 이상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00만 년 이내의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거미의 놀라운 위장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03-uncovers-rare-resin-fossil-spider.html
George Poinar, Myrmarachne colombiana sp. n. (Araneae: Salticidae), a new species of ant-mimic spider in copal from Colombia, South America, Historical Biology (2024). DOI: 10.1080/08912963.2024.2320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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