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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난초에 꽃가루 받이를 하는 작은 곤충의 정체



 (A close-up of the whorls, and an image of full stalks of Oberonia japonica, an orchid species native to Japan. Credit: Sunakawa et al 2024)




(Gall midges on a stalk of Oberonia japonica, an orchid species native to Japan. Credit: Sunakawa et al 2024)

꽃이 크다고 해서 꽃가루 매개 곤충도 클 필요는 없겠지만 , 반대로 꽃이 작다면 아무래도 곤충도 작아져야 편리할 것입니다. 최근 일본 도쿄 대학의 과학자들은 일본에 자생하고 있는 매우 작은 난초 (orchid)인 오베로니아 자포니카 Oberonia japonica의 꽃가루 매개 곤충을 발견했습니다.

오베로니아 자포니카는 수mm에 불과한 작는 꽃을 꽃대 위에 수백개 피우는데, 누가 이렇게 작은 꽃에 꽃가루를 옮겨 주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연구팀은 카메라를 이용해 어떤 곤충이 꽃가루를 옮겨주는지 확인했습니다.

결론은 꽃처럼 작은 곤충인 혹파리 (gall midge)였습니다. 우리 눈에는 작은 점처럼 보이는 작은 곤충이 역시 노란 점처럼 보이는 꽃에 꽃가루를 날라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모든 의문점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연구팀은 꽃가루를 옮기는 혹파리가 모두 암컷이고 밤에만 활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작은 곤충이니 천적을 피하기 위해 밤에 주로 활동할 순 있겠지만, 왜 모두 암컷인지는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이 부분이 다음 연구 주제가 될 것입니다.

또 다른 의문점은 오베로니아 자포니카가 혹파리가 꽃가루를 옮겨주는 유일한 난초냐는 것입니다. 난초는 매우 종이 많고 혹파리도 흔한 만큼 이들이 흔한 열대나 아열대 지역에는 이렇게 난초의 수분을 돕는 혹파리가 더 많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이렇게 아주 작은 꽃에 꽃가루 받이를 해주는 건 아주 작은 곤충이라는 점이 재미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특정 꽃에 매개하는 곤충 역시 특정 곤충만 있는 경우가 많아서 둘 중 하나가 멸종하면 다른 한나도 멸종되는 취약한 구조라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생태계 보호는 하나의 종만 보호해서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03-tiny-orchid-pollinated-flies.html

Pollination of Oberonia japonica (Orchidaceae) by gall midges (Cecidomyiidae), Ecology (2024). DOI: 10.1002/ecy.4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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