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velous eyes, but you be the judge of this sea critter's beauty. Vanadis is a byname of the Norse goddess of love, Freya.Photo: Michael Bok. Credit: Michael Bok)
눈은 인간에게 매우 소중한 장기입니다. 인간은 시력에 많은 것을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점을 생각하면 인간의 눈은 특별히 더 크지는 않습니다. 인간 자체가 큰 동물이기 때문에 좋은 시력을 위해 신체 크기 대비 엄청나게 큰 눈은 필요 없기도 하고 밝은 낮에 생활하는 동물이라 특별히 더 커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연계에는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눈이 큰 동물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작은 해양 무척추동물 중 하나인 바나디스 브리스틀 (Vanadis bristle)은 머리의 나머지 부분보다 훨씬 큰 한쌍의 눈을 지니고 있는 왕눈이 벌레입니다.
코펜하겐 대학의 앤더스 감 (Anders Garm from the University of Copenhagen's Department of Biology)과 룬드 대학의 마이클 복 (Michael Bok at Lund University)은 이탈리아 남부 폰자 (Ponza) 섬에 살고 있는 이 왕눈이 벌레의 눈을 연구했습니다.
바나디스는 투명한 몸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붉은 색으로 보이는 눈에 잘 띄는 큰 눈은 사실 생존에 불리한 조건입니다. 더구나 이 벌레는 야행성으로 눈을 많이 쓰지 않을 것 같은 어두운 환경에서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시력에 많이 의존한다는 것이 의아한 상황입니다.
연구팀은 바나디스의 거대한 눈이 꼭 필요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왕눈은 단지 좋은 시력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남들이 보기 힘든 파장의 빛인 자외선 파장의 빛을 보기 위한 것입니다. 야행성 동물이 자외선 파장을 보는 이는 생물 발광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일부 동물들은 자외선 영역까지 볼 수 있긴 하지만, 밤에 활동하는 생물의 경우 햇빛도 없는 상황에서 자외선을 볼 이유가 없습니다. 바나디스는 이를 역으로 이용해 자외선에서 생물 발광을 해 신호를 주고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특이한 행동은 짝을 찾기 어려운 작은 벌레가 어두운 바다에서 남몰래 짝을 찾을 때 유용합니다.
물론 이번 연구에서 밝히지 못한 부분도 많습니다. 단순하고 자은 뇌를 지닌 벌레가 어떻게 이렇게 큰 눈에서 나오는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외선 영역에서 신호를 발신하는지 아직 잘 모릅니다.
아무튼 복잡하고 거대한 눈이 척추동물이나 두족류 같은 일부 연체동물에서만 진화하는 게 아니라 그럴 필요가 있다면 단순한 동물에서도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04-mediterranean-marine-worm-eyes-big.html
Michael J. Bok et al, High-resolution vision in pelagic polychaetes, Current Biology (2024). DOI: 10.1016/j.cub.2024.0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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