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eoenvironmental reconstruction of austral areas under the influence of paleo-wildfires promoted by the Campanian active volcanism; artistic reconstruction by J. S. d’Oliveira: (A) original wet environments occupied by a forest of conifers, ferns, and mesophilic angiosperms growing near bodies of water and in surrounding high areas; (B) pyroclastic flows reaching the vegetation with hot ash, which burnt the vegetation either partially or totally; (C) the over-time cyclic restoration of the paleofloras and the variable conditions related to intervals between volcanic activities. Credit: Frontiers in Earth Science (2023). DOI: 10.3389/feart.2023.1048754)
지구 생태계에 정점에 군림하고 있는 인간에게도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산불은 무서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산불이 있어 오래되거나 죽은 나무를 제거하고 새로운 나무와 식물이 자랄 수 있게 도와주는 측면도 있습니다. 또 일부 동식물은 산불이 없으면 오히려 더 생존에 불리한 조건이 되기도 합니다. 산불 역시 자연계의 큰 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자연 현상인 셈입니다. 산불이 이런 기능을 한 것은 아마도 수억 년 전부터 일 것입니다.
최근 조슬린 만프로이 박사 (Dr. Joseline Manfroi)가 이끄는 칠레와 브라질의 과학자 팀은 킹 조지 섬, 셔틀랜드 제도, 남극 반도 등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백악기 후기인 7500만년 전 백악기에 남극에서 산불이 흔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백악기에도 당연히 산불이 드물지 않았겠지만, 그 위치가 남극이라고 하면 의외로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남극은 거대한 빙하로 덮혀 있는 얼음 대륙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남극 대륙이 지금보다 더 저위도에 위치해 있었고 지구 기온도 지금보다 높았습니다. 따라서 남극에는 현재의 시베리아의 타이가나 캐나다의 거대한 산림처럼 상당히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먹이로 삼는 초식 공룡이나 그 초식 공룡을 사냥하는 육식 공룡까지 다양한 생태계가 펼쳐여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시기 지층에서 화석화된 숯 (charcoal)을 비롯해 다양한 화재의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특히 킹 조지 섬에서는 당시 번성했던 겉씨식물이 불에 탄 상태로 화석화된 흔적을 다수 발견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 산불이 번개나 나뭇가지의 마찰 같은 요인이 아니라 주기적인 화산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가 함께 발견된 부분입니다. 다만 용암이 직접 나무를 불태운 건 아니고 뜨거운 화산재와 화산쇄설류 (pyroclastic flow)가 화산 산불을 유발한 원인으로 보입니다.
이 시기 남극의 환경은 해가 뜨지 않는 긴 겨울과 산불, 화산 등 매우 거친 환경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을 극복하고 숲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사는 공룡과 다른 동식물들이 존재하는 환경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남극 빙하 아래 깊은 지층 속에 이들에 더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4-evidence-frequent-struck-antarctica-age.html
Joseline Manfroi et al, "Antarctic on fire": Paleo-wildfire events associated with volcanic deposits in the Antarctic Peninsula during the Late Cretaceous, Frontiers in Earth Science (2023). DOI: 10.3389/feart.2023.1048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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