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로 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사진. Graham Beards at English Wikipedia)
드물게 생기는 장의 염증성 질환인 크론병 (Crohn’s disease)는 대장과 소장의 반복적 염증과 합병증을 만들 수 있는 만성 질환입니다. 아직 정확한 발병 기전을 모르기 때문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흡연이 질병 경과를 악화시키는 주요 인자라는 것은 알려져 있습니다.의외로 음식과는 직접 연과성이 없는데, 장내 미생물과 이에 대한 면역 반응 이상이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유전적 요인도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크론병 :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26899&cid=51007&categoryId=51007
뉴욕 대학의 과학자들은 동물 실험을 통해 노로 바이러스가 크론병을 유발할 수 있는 기전을 밝혀냈습니다. 노로 바이러스 (norovirus)는 겨울철 장염의 흔한 원인 바이러스로 매년 수억 명이 감염되지만, 대부분은 별 후유증 없이 금방 증상이 호전됩니다. 다만 면역 저하자나 만성 질환자에서 심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매년 20만 명 정도가 이로 인해 사망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소화기 전염 바이러스입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이고 크론병은 드문 질환이기 때문에 둘의 연관성을 의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연구팀은 크론병의 유전적 소인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어떻게 되는지 동물 실험 모델을 통해 연구했습니다. 크론병의 위험도를 높이는 유전자는 30개 이상 알려져 있는데, 이 가운데 ATG16L1라는 유전자가 특히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유전자는 소장에서 여러 가지 물질을 분비하는 파네스 세포 (Paneth cell)의 기능을 약화시킵니다. 하지만 노로 바이러스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습니다.
그런데 연구팀은 노로 바이러스가 파네스 세포를 파괴하지 않더라도 파네스 세포를 지키는 장내 T 세포의 기능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T 세포에서 나오는 apoptosis inhibitor 5 (API5)는 면역 시스템이 파네스 세포를 공격하지 않게 방어하는 역할을 합니다. API5가 없으면 파네스 세포가 죽으면서 이 세포에서 분비하는 해로운 세균을 막아주는 항생 물질이 줄어듭니다. 그러면 장내 미생물 환경이 바뀌면서 염증 반응을 유발하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것은 복잡한 퍼즐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살모넬라 역시 API5 분비를 억제해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여러 세균과 바이러스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극히 일부만 크론병이 생기는 이유는 아직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퍼즐을 찾아냈기 때문에 크론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API5를 투여하는 것이 그 중 하나일지 모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science/norovirus-inflammatory-bowel-disease-crohns-genetics/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