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Beth Lomax, University of Glasgow)
달 표면에는 운석 충돌의 결과 생긴 미세한 모래와 먼지인 레골리스 (regolith)가 있습니다. 지구의 토양처럼 유기물과 물, 미생물은 없고 사실상 암석을 잘게 부순 것 같은 모래인데, 달에 기지를 건설한다면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나사와 유럽 우주국의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해서 달 기지를 건설하고 자원을 추출하는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레골리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소는 사실 산소입니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산소가 규소 같은 원자와 결합해 암석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이 산소를 추출하면 숨쉬는 데 필요한 산소를 공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는 물질에서 여러 가지 유용한 금속을 채취할 수 있습니다. 유럽 우주국의 지원을 받은 글래스고 대학의 베스 로맥스 (Beth Lomax of the University of Glasgow)와 그 동료들은 용융염 전기분해 (molten salt electrolysis) 방식으로 달의 레골리스에서 산소를 추출했습니다.
사실 단단히 결합한 산소를 분리하는 일 자체는 간단할수도 있습니다. 섭씨 1600도 이상의 높은 열을 가하면 스스로 분리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 현실적이지 않게 됩니다. 연구팀은 염화칼슘 용융염 (molten calcium chloride salt)을 전해질로 이용해서 섭씨 950도에서도 산소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경우 50시간 정도 추출하면 96%의 산소를 얻을 수 있으며 15시간 추출하면 75%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금속 성분이 풍부한 부산물을 얻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왼쪽이 레골리스, 오른쪽이 부산물)
연구팀은 이 방법을 통해 달에서 쉽게 산소를 얻어 우주인이 직접 사용하거나 혹은 연료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추출이 끝난 금속이 풍부한 레골리스 부산물 역시 가공해서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달 진출이 가까워진 지금 레골리스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
Bethany A. Lomax et al. Proving the viability of an electrochemical process for the simultaneous extraction of oxygen and production of metal alloys from lunar regolith, Planetary and Space Science (2019). DOI: 10.1016/j.pss.2019.10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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