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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야기 976 - 블랙홀의 중심부를 초당 300프레임으로 촬영하다.


(An artist's impression of the black hole system MAXI J1820+070, based upon observed characteristics. The black hole is seen to feed off the companion star, drawing the material out into a vast disc of inspiralling matter. As it falls closer to the black hole itself, some of that material is shot out into energetic pencil-beam 'jets' above and below the disc. The light here is intense enough to outshine the Sun a thousand times over. ©John Paice Credit: ©John Paice. Licence type Attribution (CC BY 4.0))


사우스햄프턴 대학의 연구팀이 이끄는 국제 과학자 팀이 블랙홀의 활동을 고속 프레임으로 촬영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블랙홀로 흡수되는 물질의 양은 여러 가지 이유로 변할 수 있으며 이는 블랙홀이 방출하는 제트나 에너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미세한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관측은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이뤄집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최신 관측 기기의 도움을 받아 지구에서 1만 광년 떨어진 항성 질량 블랙홀인 MAXI J1820+070의 활동을 초당 300프레임의 고속으로 촬영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참고로 이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7배 정도로 동반성에서 물질을 흡수하면서 커지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카나리아 제도에 있는 대형 망원경인 Gran Telescopio Canarias (La Palma, Canary Islands)에 설치된 HiPERCAM으로 가시광 영역에서 이 블랙홀을 관측하고 국제 유인 우주 정거장에 설치된 나사의 NICE 장치를 이용해 X선 영역에서 블랙홀의 밝기를 관측했습니다. 그 결과 블랙홀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는 불과 수 밀리초 단위로도 밝기가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시에 가시광 영역과 X선 영역에서 변화도 서로 달랐습니다. (동영상 참조) 




(동영상)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모르지만, 이와 같은 관측 데이터는 블랙홀의 이론적 모델을 검증하고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무튼 1만 광년 떨어진 블랙홀을 초당 300프레임으로 촬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연구 결과 같습니다. 


 참고 


J A Paice et al. A Black Hole X-ray Binary at ∼100 Hz: Multiwavelength Timing of MAXI J1820+070 with HiPERCAM and NICER,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Letters (2019). DOI: 10.1093/mnrasl/slz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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