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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동물의 초기 조상은 물을 떠나지 않았다



(The Sosnogorsk lagoon just before a deadly storm. Credit: Mikhail Shekhanov for the Ukhta Local Museum)


 사지 동물이 등장한 것은 어류의 시대로 불리는 데본기였습니다. 이 시기 어류의 일부는 육지로 진출을 시도했는데, 이들을 Fishapod라 부르며 초기 사지 동물로 보고 있습니다. 어류와 양서류의 중간에 있는 이 동물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틱타알릭, 아칸소스테가, 이크티오스테가 등입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와 제 책은 포식자를 통해 여러 번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초기 사지류 가운데 화석이 온전히 발견된 종은 몇 개 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종은 몇 개의 속 (genera)에 불과하며 틱타알릭, 아칸소스테가, 이크티오스테가를 제외하면 극히 작은 골격 일부만 발견되어 그 구체적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들이 단지 어류에서 양서류로 진화하는 중간 단계가 아니라 적어도 수천만년 이상 민물 생태계에서 크게 번성한 그룹인 만큼 상당히 많은 종이 있었을 것이고 다양하게 적응방산했을 것인데,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것입니다. 


 최근 국제 과학자팀은 러시아의 코미 공화국의 이흐마 강(Izhma River near the city of Ukhta in the Komi Republic)의 소스노고르스크 지층 Sosnogorsk Formation에서 3억 7200만년 전 살았던 초기 사지류인 파마스테가 아엘리대 Parmastega aelidae 를 발굴했습니다. 파마스테가의 화석은 100개의 파편으로 발견되었는데, 보존 상태가 매우 우수하며 27cm에 달하는 두개골과 어깨 부분이 잘 보존되어 초기 사지류 진화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파마스테가는 틱타알릭처럼 현생 악어와 비슷한 넓적하고 큰 입과 위로 향한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파마스테가가 육지 생물을 잡아먹었다는 이야기인데, 당연히 당시에는 육지 사지류가 없었기 때문에 대형 절지동물을 노렸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파마스테가가 적극적으로 육지에 상륙해서 먹이를 잡았던 것은 아닙니다. 


 과학자들은 이번 발굴을 통해 이 초기 사지류이 어깨와 일부 골격이 완전히 석회화 되지 않은 연골이 많은 상태라는 점을 확인했는데, 이는 파마스테가가 육지로 올라가 네 발로 서서 걸을 수 없었음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평생 물속에서만 살았던 물고기에 가까운 사지류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살았던 시기를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일기도 합니다. 


 어류에서 양서류로 진화하는 과정은 최근까지 베일에 가려 있었지만, 다행히 북극권과 캐나다, 러시아에서 많은 화석들이 발견되면서 연구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첫 단추가 될 것입니다. 


 참고 


Morphology of the earliest reconstructable tetrapod Parmastega aelidae, Nature (2019). DOI: 10.1038/s41586-019-1636-y , https://nature.com/articles/s41586-019-1636-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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