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육지를 넘본 사지형류 - 아칸토스테가와 이크티오스테가





(Acanthostega gunnari, pencil drawing, digital coloring, Nobu Tamura (http://spinops.blogspot.com))

(Ryan Somma - Acanthostega gunnari)


 틱타알릭의 시대로부터 1000만년 정도 후인 3억 6500만년 전의 얕은 강가와 호수에는 보다 양서류에 가까운 사지형류가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현생 양서류와 다소 다르긴 하지만, 몇 가지 유사한 특징을 지녀 슬슬 사지형류가 육지로 상륙을 준비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시기 등장한 아칸토스테가(Acanthostega)와 이크티오스테가(Ichthyostega)가 물속에서 사지 동물의 특징을 진화시켰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제 책인 포식자에서는 설명을 생략했지만, 여기서는 소개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아칸토스테가는 20세기 중반에 발견된 사지형류로 몇 가지 흥미로운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략 60cm 정도 되는 몸길이의 중형 사지형류인데, 발가락이 8개라는 점이 이색적입니다. 하지만 이 발가락은 얕은 물가에서 물갈퀴를 이용해서 이동하는데 최적화된 것으로 걷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아칸토스테가의 다리 부분을 보면 앞다리나 뒷다리 모두 손목/발목에 해당되는 관절이 없이 그냥 뼈가 요골과 척골에 붙어 있는 구조입니다. 이는 이 다리를 걷는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물속에서 헤엄치는 용도로만 사용했다는 증거입니다. 


 여기에 아칸토스테가의 부실해 보이는 갈비뼈 (위의 골격도 참조)와 사지 골격은 육지에서 걷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따라서 아칸토스테가는 평생을 물속에서 살았던 초기 사지형류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칸토스테가는 폐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서로 상충되는 부분인 것 같지만, 사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설명한 다른 사지형류처럼 아칸토스테가도 산소 농도가 낮은 데본기 후기의 환경에 적응해 폐를 진화시킨 것 같습니다. 이런 능력은 특히 말라가는 작은 웅덩이나 탁한 물속에서 진가를 발휘해 다른 물고기가 숨쉬기 힘든 상황에서도 아칸토스테가는 쉽게 숨쉬면서 사냥을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는 두개골입니다. 


(아칸토스테가의 두개골. 


 아칸토스테가의 머리 골격은 어류보다는 사지 동물을 더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빨 배열 역시 당시의 어류와 반대로 안쪽에 작은 이빨이 여러 개 있고 외부에 큰 이빨이 몇 개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는 먹이를 흡입하거나 물과 함께 삼키기보다는 사지동물처럼 입으로 집거나 혹은 물어서 먹는데 유리한 구조입니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아칸토스테가는 얕은 물가나 혹은 늪지, 습지에서 사는 동물로 폐호흡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말라가는 물에서도 문제 없이 숨쉴 수 있었으며 여기서 움직이기 힘든 다른 생물체를 사냥했을지 모릅니다. 이 방식은 현생 생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걷는 상어라고 불리는 에퍼렛 상어가 그 주인공으로 이들은 조수 간만의 차이를 이용해서 사냥을 합니다. 어쩌면 사지 형류의 중요한 사냥 방법 중 하나였을지도 모릅니다. 



(동영상) 


 물론 이들이 정확히 어떤 방법으로 사냥을 했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물고기와 다른 여러 가지 골격 구조 및 폐호흡 능력은 사지형류가 일반적인 어류와는 다른 방법으로 사냥을 했음을 시사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아칸토스테가보다 더 대형인 사지형류인 이크티오스테가는 육지에서 몸을 지탱하는 데 더 유리한 구조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몸길이도 1.5m 정도로 현재의 가장 큰 도룡룡과 비슷한 수준인 이크티오스테가는 육지로 점점 가까이 다가서는 사지형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크티오스테가의 골격 구조. 




(이크티오스테가의 복원도. 


 이크티오스테가는 7개의 발가락과 좀더 잘 발달된 앞다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갈비뼈 역시 좀 더 튼실하기 때문에 육지에서도 몸을 지탱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뒷다리의 형태가 다소 부실해 네 발로 걷기는 좀 힘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물개처럼 걷지는 못해도 기어다닐 능력은 충분히 있었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크티오스테가가 더 덩치가 크기 때문에 늪지나 건기에 말라가는 습지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런 형태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크티오스테가나 아칸토스테가는 상당히 양서류에 근접했기 때문에 양서류 진화 직전 단계의 사지형류의 모습을 보여주는 화석으로 가치가 높습니다. 


 본격적인 양서류 이야기를 하기 전에 흥미로운 곁가지를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참고 


Boisvert, Catherine A. (2005). "The pelvic fin and girdle of Panderichthys and the origin of tetrapod locomotion". Nature. 438 (7071): 1145–1147.

Stephanie E. Pierce; Jennifer A. Clack; John R. Hutchinson (2012). "Three-dimensional limb joint mobility in the early tetrapod Ichthyostega". Nature. 486: 524–527. 

Mosher, Dave (May 23, 2012). "Evolutionary Flop: Early 4-Footed Land Animal Was No Walker?". National Geographic News. Retrieved 4 November 2013.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벨 V-280 Valor 시험 비행 성공

( The V-280 Valor flew for the first time at Bell Helicopter's Amarillo Assembly Center in Texas(Credit: Bell Helicopter/YouTube) )  앞서 소개드린 V-280 발러가 첫 번째 비행 테스트에 성공했다는 소식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소형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V-280 발러는  미 육군의 차세대 헬기 사업인 Future Vertical Lift (FVL)에 입찰을 시도하는 틸트로터기로 현재 미 육군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블랙호크 헬기와 비슷한 체급입니다. 다만 틸트로터기인 만큼 최고 속도나 항속 거리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스펙은 이전 포스트를 참조해 주시기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1115245986  (동영상)   V-280 발러는 틸트로터기의 더 대중화 될 수 있을지를 검증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경우 복잡한 구조로 인해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사실 미국은 몰라도 그 동맹국에 널리 도입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V-280 역시 가격이 아주 저렴할 것 같지는 않지만, 좀 더 합리적인 대안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면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에서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bell-v-280-valor-maiden-flight/52663/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