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대의 다섯 번째 시기인 석탄기는 이름처럼 거대한 양치식물이 육지를 뒤덮은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3억 5890만년 전부터 2억 9890억년 전까지 6000만년에 달하는 긴 시기에 항상 기후가 동일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석탄기의 초반인 3억 4500만년 전까지는 양서류나 초기 사지류의 화석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로머의 간극(Romer's gap)이 존재하는 데 이 시기에는 데본기 말 멸종에서 사지류의 조상이 큰 타격을 받고 회복되는 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앞서 소개한 크라시지리누스를 비롯해서 이 시기에 살았던 사지류의 화석이 발굴되어 이 시기의 생태계를 다시 복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지류의 조상은 석탄기 초기에 타격을 받긴 했지만, 오히려 건조한 기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특징을 진화시켜 이후 양막류로의 진화를 준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3억 4500만년 후 다시 따뜻하고 습한 환경이 진행되면서 양막류로 진화하지 않은 양서류와 사지형류, 그리고 양막류의 초기 조상이 서로 공존하면서 지상 생태계가 진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석탄기 중기 이후 양서류는 종류와 형태면에서 현재 양서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적응 방산했는데, 제 책인 포식자에서는 이 가운데 몇 종류를 다뤘습니다. 블로그에서는 지면의 제약없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석탄기 중기 이후에는 사지형류가 아니라 양서류로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무리가 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시기 등장한 고대 양서류 가운데 어느 것이 현생 양서류의 조상인지는 다소 확실치 않습니다. 템노스폰딜리 (Temnospondyli) 혹은 분추목으로 불리는 사지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분명한 골격을 지닌 사지 동물로 현생 양서류와 달리 일부는 비늘도 지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템노스폰딜리는 19세기에는 파충류로 분류된 적도 있었으나 현재의 해석은 파충류를 포함한 다른 양막류(양막을 지닌 육지 사지류로 포유류, 조류, 파충류 등)와 이미 오래 전 갈라진 양서형 사지류 가운데 하나라는 것입니다. 다만 이들이 모두 멸종한 그룹인지 아니면 현생 양서류와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논쟁 중입니다.
아무튼 템노스폰딜리는 석탄기, 페름기, 트라이아스기까지 제법 번성을 누렸으며 일부는 백악기까지 존속했던 꽤 장수한 그룹이었습니다. 대부분은 반수생이지만, 발달된 골격을 지녀 대부분을 지상에서 살았던 녀석들도 있었습니다.
석탄기 중기에 등장한 초기 템노스폰딜리로 코클레오사우루스 (Cochleosaurus)가 있습니다. 숫가락 도마뱀이란 뜻으로 19세기 발견 당시에는 파충류로 여겨진 생물이었습니다. 몸길이는 120-160cm 정도로 당시 지상 생태계에서는 그렇게 작지 않은 동물이었습니다. 전체적인 생김새 역시 도마뱀 같긴 하지만 넙적한 형태의 두개골은 템노스폰딜리목의 특징을 보여주는 생물입니다. 이와 같은 좌우로 넙적한 두개골은 아마도 얕은 강과 호수에서 사냥을 하는 데 유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이 시기에 이미 도룡룡과 비슷한 형태의 템노스폰딜리가 등장했습니다. 브란키오사루우스(Branchiosaurus)가 그것으로 아가미를 지닌 도마뱀이라는 뜻입니다. 비교적 작은 크기의 생물로 도룡룡처럼 대부분의 시간을 물속에서 지내는 생물이었을 것입니다.
(Branchiosaurus salamandroides. Created: took the photo at the Museo di Storia Naturale di Venezia. Ghedoghedo. CC BY-SA 3.0)
대부분의 템노스폰딜리는 이렇게 양서형 동물이거나 물에서 사는 사지 동물이기 때문에 넓은 범위의 양서류로 분류하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석탄기 후기에 템노스폰딜리 가운데 매우 크고 튼튼한 다리를 진화시켜 육상 생물로의 변화를 시도한 무리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물론 아직은 파충류를 비롯한 양막류가 당시에는 마이너 그룹이었던 점과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비어 있는 육지 생태계로 진출을 시도한 고대 양서류가 있었다는 것이죠. 물론 템노스폰딜리는 초기 양막류 이후에 등장한 다른 그룹이므로 이들은 현생 양막류의 조상이 아니라 멸종된 곁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소로피데(Dissorophidae)과의 템노스폰딜리는 석탄기 후기에서 페름기 초기에 육지에서 번성한 중간 크기 생물로 카콥스 (Cacops)가 그 대표적인 생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략 40cm 정도 되는 몸길이를 가진 생물로 거대한 눈과 고막으로 생각되는 두개골 뒤의 움푹 패인 자국을 볼 때 아마도 야행성이 아니었을까란 추정을 하게 됩니다. 더 괴상한 부분은 뼈피부(osteoderm)가 척추와 이어진다는 점인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방어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Cacops species in the Field Museum. Jay Malone from Casselberry, FL, USA )
카콥스의 튼튼한 다리 골격 구조는 이들이 육지 생활에 잘 적응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육지형 양서류 (?) 였던 카콥스는 가장 큰 크기의 육상 동물은 아니었으며 동시대를 살았던 대형 양막류 포식자에 대응해 단단한 갑옷 같은 피부를 진화시켰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육지형 템노스폰딜리 가운데 가장 크고 강력했던 생물이 바로 책에서 소개했던 에리옵스 메가세팔루스 (Eryops megacephalus)입니다. 대략 2m 정도의 몸길이와 90kg의 몸무게를 지녀 페름기 초기에는 그렇게 작지 않은 육상 생물체였습니다. 다부진 체격과 날카로운 이빨이 나 있는 큰 입은 이들이 만만치 않은 포식자라는 점을 짐작하게 합니다.
(Eryops fossil specimen and tadpole (formerly known as Pelosaurus) in the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Smithsonian Institution, Washington, DC, USA. Source: wikipedia)
(에리옵스의 복원도. Dmitry Bogdanov - dmitrchel@mail.ru)
에리옵스 속에는 에리옵스 메가세팔루스 하나만이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튼 이 생물은 아무리봐도 물속 환경에서 그다지 잘 살았을 것 같지 않은 외형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막류가 아니기 때문에 알을 낳기 위해서는 물속으로 돌아가는 방식으로 살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에리옵스가 완전히 물을 떠나 살지 않았다고 보면 이들은 주로 얕은 물가에 근처에서 살면서 물고기와 작은 사지 동물을 잡아먹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당시 빠른 속도로 생태계를 장악하던 포유류의 조상그룹인 단궁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육지에서는 자취를 감추게되었다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에리옵스의 존재는 초기 양서류의 진화가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게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초기 양서류는 물로 돌아간 것부터 아예 육지형 생물로 진화한 것 까지 매우 다양하게 적응 방산했으나 곧 다른 경쟁자의 등장으로 인해 페름기 이후에는 그 세력이 위축됩니다.
참고
Reisz, Robert R.; Schoch, Rainer R.; Anderson, Jason S. (2009). "The armoured dissorophid Cacops from the Early Permian of Oklahoma and the exploitation of the terrestrial realm by amphibians". Naturwissenschaften. 96 (7): 789–796.
Schoch, Rainer R. (2009). "Evolution of life cycles in early amphibians". Annual Review of Earth and Planetary Sciences. 37: 135–162
Van Valkenburgh, B.; Jenkins, I. (2002). "Evolutionary patterns in the history of Permo-Triassic and Cenozoic synapsid predators". Paleontological Society Papers. 8: 267–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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