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construction of what the extinct monitor lizard might have looked like. The parietal and pineal foramina are visible on the overlaid skull. Credit: Senckenberg Gesellschaft für Naturforschung / Andreas Lachmann / Digimorph.org)
척추동물은 한쌍의 눈을 지니고 있습니다. 눈이 여러 개면 사각지대가 줄어들어 유리하긴 하겠지만, 눈도 많은 자원이 투자되는 장기인 만큼 성능이 떨어지는 여러 쌍의 눈을 지니는 것보다 고성능의 눈 한쌍을 지니는 것이 가장 유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연체동물인 두족류를 포함해서 눈이 가장 좋은 고등 동물은 모두 눈이 한쌍입니다. 입체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의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 척추동물은 제3의 눈이라고 불리는 송과체 (pineal gland, 솔방울샘)을 가지고 있습니다. 멜라토닌을 분비하는 생체 시계 역할을 하는데, 일부 양서류와 파충류에서는 두정안 (parietal eye) 머리 상부의 기관과 연관되어 빛을 감지하는 역할도 합니다. 따라서 제 3의 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본래 변온동물이었던 척추동물의 조상이 빛과 열을 감지하는 기관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나 현재는 대부분 퇴화되어 송과체 자체만 남고 사라진 상태입니다. 물체의 상을 맺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눈과는 다른 감각기관이지만, 빛을 감지하는 만큼 제3의 눈이라는 표현도 잘못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젠켄베르크 연구소(Senckenberg Research Institute)의 과학자들이 한 세기 이상 박물관에서 방치된 화석을 다시 분석해 4개의 눈을 지닌 유악류를 처음 보고했습니다. 턱이 있는 척추동물인 유악류는 현생 어류와 사지 동물을 포함하는 그룹으로 칠성장어처럼 원시적인 무악류를 제외한 나머지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화석은 원시적인 왕도마뱀 (monitor lizard)의 것으로 두개골에 송과체와 부송과체(pineal and parapineal)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부송과체가 이 도마뱀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무튼 4개의 눈을 가진 도마뱀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과거 유악류에서는 송과체가 하나로 줄어들었다고 생각했으나 이번 발견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물론 하나의 흔적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수 있어 좀 더 확실한 증거를 찾을 필요는 있어 보이지만, 흥미로운 보고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눈이 3개인 요괴가 나오는 3 x 3 eyes라는 만화가 있었는데, 왠지 그 생각이 나네요.
참고
Current Biology, Smith et al.: "The Only Known Jawed Vertebrate with Four Eyes and the Bauplan of the Pineal Complex" http://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18)30206-9 , DOI: 10.1016/j.cub.2018.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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