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메머드 모형. 출처: 위키피디아)
현생 인류의 등장 이후 12,000년 전까지 세계 여러 지역에서 대형 포유류가 급격히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여기에는 털메머드를 비롯해서 검치 호랑이와 대형 나무늘보 등 매우 다양한 대형 포유류가 존재합니다. 물론 기타 대형 조류 및 파충류 역시 비슷한 시기에 상당수가 자취를 감춰 현재 남아있는 포유류는 고래류를 뺀다면 대개 중간 크기 이하인 종이 대부분입니다.
신생대에 다양한 기후 변화에 적응하면서 대형 포유류가 번성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변화는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논쟁의 대상이 된 부분은 과연 인류가 여기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입니다. 인류가 신대륙과 호주 대륙에 도달한 직후 이런 대멸종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인류와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것은 당연했지만, 숫자도 얼마 안되는 원시인이 거대한 동물을 모두 사냥했다는 가설 역시 의문 투성이라 계속해서 논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제 책인 포식자에서 한 번 다룬 바 있습니다.
책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명확히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최근 이를 지지하는 새로운 증거가 저널 사이언스에 발표되었습니다. 네브라스카-링컨 대학의 케이트 리온스 (University of Nebraska-Lincoln's Kate Lyons)와 여러 과학자들은 신생대 6,600만년 동안 일어난 멸종 경향을 조사해서 12.5만년 이후 인류가 살았던 지역의 멸종 경향이 크기에 큰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줬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신생대에 발생한 주요 멸종 사건은 특별히 크기에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신생대에도 다양한 기후 변화가 있었고 이로 인해 중간 규모의 멸종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특별히 큰 포유류가 더 멸종에 취약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크기에 따른 편향적인 멸종은 12.5만년 이후 아프리카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this size-biased extinction started at least 125,000 years ago in Africa) 흥미롭게도 이 시점부터 아프리카의 포유류는 다른 대륙에 비해 이미 50% 작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크게에 따른 편형적 멸종 추세는 인류가 다른 대륙으로 퍼져나감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도 나타났으며 포유류의 평균 크기는 오히려 아프리카 대륙보다 더 작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북미 대륙에서는 인류의 등장 이후 털메머드와 코뿔소, 검치 호랑이, 아메리카 사자 등 대형 포유류가 모두 사라져 포유류의 평균적인 크기가 아프리카 대륙보다 더 작아졌습니다.
이와 같은 패턴은 이들의 멸종에 인류가 깊숙이 관여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논쟁이 다 사라지진 않겠지만, 실제 인류가 어떤 형태로든 대량 멸종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이는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경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야생 동물의 감소는 의심의 여지 없이 인류 때문입니다. 비록 일부 동물종 보호를 위한 노력이 있기는 하지만, 인류가 지구 토지의 막대한 부분을 개간하고 바다에서 식량 자원을 얻으면서 크기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생물종이 개체수가 감소하고 일부는 멸종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0년 후에는 남게 되는 가장 큰 포유류가 아마도 가축으로 키우는 소(cow)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는 제 책에서 설명했듯이 이미 지구에서 생물량으로 가장 큰 우점종이 소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이 시점에선 포유류의 평균 크기가 2.7kg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연구의 마지막 부분은 꽤 섬뜩한 이야기로 이렇게까지 생태계가 파괴되면 지구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아는 것과 상당히 달라진 상태일 것입니다. 우리 후손들이 (물론 생존할 수 있다면) 동물원이나 책에서만 야생동물을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행동해야 합니다.
참고
F.A. Smith at University of New Mexico in Albuquerque, NM el al., "Body size downgrading of mammals over the late Quaternary," Science (2018). science.sciencemag.org/cgi/doi … 1126/science.aao5987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