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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에 가까운 사지 동물의 조상 판데리크티스



 사지형류(Tetrapodomorpha)라는 단어는 사지동물을 포함한 그룹과 사지동물, 즉 네발 짐승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 근연관계에 있는 동물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어류의 시대로 불리는 고생대 데본기에는 매우 다양한 어류가 등장했는데, 그 가운데 지느러미에 관절이 있어 네발 동물로 진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물고기들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현생 사지동물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로 진화한 그룹을 제외하면 이들은 모두 후손을 남기지 못하고 멸종된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삶이 잘못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앞서 사지동물의 조상으로 생각되는 틱타알릭에 대해서 소개했는데, ( https://blog.naver.com/jjy0501/221219920619 참조) 여기에 더해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사지형류 물고기들에 대해서 소개해보겠습니다. 이 내용은 제 책인 포식자에 추가되는 내용입니다. 










 틱타알릭 보다 좀 더 이전 시기인 3억 8천만년 전 데본기의 강과 호수에는 판데리크티스 (Panderichthys)라는 사지형 어류가 있었습니다. 대략 90-130cm 정도 크기에 납작한 체형을 지닌 판데리크티스는 종종 틱타알릭의 조상으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틱타알릭과 마찬가지로 사실 정확히 직계 조상인지 여부는 알기 어려우며 그보다는 사지형 어류에서 양서류로 진화하는 각각의 단계를 보여주는 생물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수많은 동물이 후손없이 멸종하는 운명을 겪기 때문입니다. 


(판데리크티스의 복원도. Credit: Dmitry Bogdanov CC BY 3.0)

(판데리크티스의 두개골 화석 캐스트. 


 판데리크티스는 라트비아의 데본기 후기 지층에서 발견되었는데, 이들이 살았던 환경은 얕은 물가나 웅덩이가 많은 환경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건기에는 웅덩이가 말랐을 것이고 현재의 폐어처럼 공기 호흡을 하는 방식이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여기에 데본기 후기 당시 대기 중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서 수중 산소 농도 역시 더 떨어졌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습니다. 큰 바다는 괜찮지만 작은 웅덩이는 심각하게 농도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판데리크티스의 콧구멍과 연결된 부분이 크기 때문에 물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공기를 빨아들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폐 같은 연조직이 화석으로 남기 어렵고 공기 호흡을 했던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된 것도 아니라서 아직 정확히 결론이 난 부분은 아닙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혹시 판데리크티스가 걸을 수 있었냐는 점입니다. 만약 걸을 수도 있었다면 공기 호흡을 했다는 매우 강력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대략 1000-2000만년 후 등장하는 틱타알릭과 달리 판데리크티스는 물고기에 더 가까운 지느러미와 골격 구조를 가지고 있어 지상을 걷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물론 현생 수중 포유류처럼 잠시간 물위로 올라올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상 생활에 적합한 골격 구조는 아닙니다. 그래도 중요한 점은 판데리크티스의 지느러미 골격이 미래 사지 동물의 골격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Comparison between the limbs of Sarcopterygiin fishes and tetrapods. A. Eusthenopteron B. Gogonasus C. Panderichthys D. Tiktaalik E. Acanthostega F. Ichthyostega ( hindleg ), and G. Tulerpeton.)


 2008년 진행된 고해상도 CT 스캔 결과는 판데리크티스가 요골(radius)과 척골(ulna) 끝에 손가락 뼈에 해당되는 작은 뼈가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C) 물론 걸을 때 몸을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 건 아니고 복원도에서처럼 얕은 물속에서 바닥을 짚으면서 움직이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입니다. 비록 네 지느러미로 서서 걸을 순 없지만, 앞으로 사지 동물로 진화하는 데 중요한 변화가 이미 일어난 것입니다. 


 판데리크티스는 틱타알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지만, 그래도 사지형류의 중요한 진화 단계를 보여주는 화석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당시 생태계에서 결코 작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포식자였을 것입니다. 이들을 비롯해서 다양한 육기어류, 조기어류, 연골어류가 당시 강과 호수에서 번성했다는 사실은 아마존 유역처럼 당시 하천 및 호수 생태계가 매우 풍성했다는 증거입니다. 이곳에서 사지 동물의 조상은 단계적으로 육지에 상륙할 준비를 마치게 됩니다. 


 참고 


Clack, Jennifer A. "Devonian climate change, breathing, and the origin of the tetrapod stem group." Integrative and Comparative Biology 47.4 (2007): 510-523.

Boisvert, Catherine A., Elga Mark-Kurik, and Per E. Ahlberg. "The pectoral fin of Panderichthys and the origin of digits." Nature 456.7222 (2008): 636-638.

Boisvert, Catherine A. "The pelvic fin and girdle of Panderichthys and the origin of tetrapod locomotion." Nature 438.7071 (2005): 1145-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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