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가운데 별, 은하, 가스처럼 우리가 관측이 가능한 물질은 20%도 채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실제로 관측은 되지 않지만, 중력을 통해 그 존재를 암시하는 암흑물질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암흑물질이 없다면 현재의 은하나 은하단 모두 형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암흑 물질의 존재 자체는 신뢰하고 있지만, 그 정체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암흑물질의 존재를 밝히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많은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그 가설 가운데 하나는 빅뱅과 함께 생성된 원시 블랙홀(primordial black holes)입니다. 통상적으로 블랙홀은 초신성 폭발이나 혹은 은하 중심부처럼 물질이 밀집되는 공간에서 생성되지만, 빅뱅 직후의 초기 우주에서 물질의 밀도가 높을 때는 그보다 작은 질량의 미니 블랙홀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는 최근에 작고하신 스티븐 호킹 박사 역시 언급했던 내용입니다.
문제는 단독으로 존재하는 소질량 블랙홀의 경우 사실상 검출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입니다. 주변에서 흡수하는 물질도 없을 뿐 아니라 별빛이 우연히 그 앞을 지나갈 가능성도 희박해서 현재 기술 수준에서도 검출이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암흑 물질의 일종이라고 해도 검증이 쉽지 않습니다.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 물리학 연구센터 (Harvard-Smithsonian Center for Astrophysics)의 연구팀은 왜소 은하의 은하 헤일로 (Halo)에 있는 원시 블랙홀의 조건을 시뮬레이션했습니다. 만약 실제로 은하 주변의 가스 무리인 헤일로에 블랙홀이 숨어있다면 작고 어두운 왜소 은하의 블랙홀이 더 쉽게 검출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르면 대략 태양 질량의 2배에서 14배 사이의 항성 질량 블랙홀이 왜소 은하의 헤일로에 숨어 있다면 이들이 별의 분포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검출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검출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반드시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국 잃어버린 질량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많은 블랙홀이 헤일로에 존재하는 지 여부는 관측을 통해서 입증해야 합니다.
아무튼 만에 하나라도 실제로 은하 헤일로에 수많은 블랙홀이 숨어 있다면 이는 그 나름대로 흥미로운 이야기임에 틀림없습니다. 아무래도 SF 소설 작가들이나 영화 제작자들이 더 좋아할 설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
Qirong Zhu et al. Primordial black holes as dark matter: constraints from compact ultra-faint dwarfs,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2018). DOI: 10.1093/mnras/sty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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