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900만년에서 10만년 사이 지구에는 사람과(family Hominidae)에 속하는 거대한 원숭이이 살았습니다. 실제 킹콩처럼 거대하지는 않지만 키가 3m에 몸무게가 최대 540kg에 달했기 때문에 킹콩에 가장 가까운 실존 동물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이 거대 원숭이의 이름은 바로 기간토피테쿠스(Gigantopithecus)인데 흔히 상상할 수 있듯이 고릴라보다는 오랑우탄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현재의 고릴라나 오랑우탄이 그렇듯이 육식보다는 초식을 즐겼던 것으로 보이는데, 크기를 감안하면 나무를 타고 오르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기간토피테쿠스 블락키의 턱뼈 캐스트. Lower mandible of Gigantopithecus blacki (cast). In the collections of The College of Wooster, Ohio. Source: wikipedia)
아쉬운 일이지만, 기간토피테쿠스는 턱뼈와 치아 화석 말고는 발견된 골격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근연종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서 크기와 체격을 추정할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뭘 먹고 살았는지도 분석할 수 있습니다.
트빙겐 대학의 헤르베 보쉐렌스(Herve Bocherens, a researcher at Tübingen University )를 비롯한 연구팀은 기간토피테쿠스의 치아 화석의 동위 원소를 분석해서 이들이 어떤 것을 먹고 살았는지 분석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치아 구조상 이들이 초식 동물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육식도 가끔해서 단백질을 보충했는지 아니면 전적으로 채식만 했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분석 결과에 의하면 이들은 매우 철처한 채식주의자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큰 동물이 육식을 하게 되면 먹이가 풍부하지 않은 이상 식량 조달에 상당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초식동물로 진화를 이룩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말이죠.
기간토피테쿠스가 왜 멸종했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연구팀은 이와 같은 결과를 토대로 이들이 주로 서식하던 지역의 산림 지역이 초원 지대로 바뀌는 기후 변화가 기간토피테쿠스의 멸종을 초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기간토피테쿠스가 아시아 남부 산림에 살았는데, 아마 일시적으로 호모 에렉투스 같은 호미닌과 같이 살았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호모 속의 생물체와 거대한 고릴라 같은 기간토피테쿠스가 서로 맞서는 장면은 영화 같기는 하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기간토피테쿠스가 멸종되던 시점에 다른 거대 동물들도 같이 멸종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기후 변화같은 공통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동시에 현재의 기후 변화 역시 많은 동물들의 멸종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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