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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야기 427 - 은하에서 추방되었다가 다시 돌아온 가스 구름




(스미스 구름의 이동 궤도. The trajectory of the Smith Cloud coming into the Milky Way galaxy. Credit: NASA and ESA )



 1960년대 과학자들은 그린뱅크 전파 망원경(Green Bank Telescope (GBT))을 이용해서 우리 은하에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스미스 구름(Smith Cloud)라는 거대한 분자 구름을 발견했습니다. 스미스 구름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이 분자 구름이 어디서 기원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입니다.
 스미스 구름은 적어도 태양같은 별 200만개는 만들 수 있는 거대한 가스 구름으로 초속 73 ± 26km의 속도로 우리 은하 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략 9800광년 x 3800광년 정도의 크기로 만약에 눈으로 볼 수 있다면 보름달 20배 크기에 달할만큼 큰 분자 구름입니다. 물론 대부분 구성 물질은 수소와 헬륨, 그리고 기타 원소들입니다.
 스미스 구름은 우리 은하의 헤일로에서 현재 디스크 쪽으로 들어오는 중이며 은하 중심에서는 대략 4만 광년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은하 디스크와 충돌하는 지점은 페르세우스 팔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막대한 가스가 있는 만큼 우리 은하와 충돌하면 여기서 수많은 별이 탄생하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노트르담 대학의 니콜라스 레너(University of Notre Dame astrophysicist Nicolas Lehner)와 그의 동료들은 허블 우주 망원경에 설치된 Cosmic Origins Spectrograph 를 이용해서 스미스 구름의 화학적인 구성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만약 스미스 구름이 은하 사이의 공간에서 기원한 분자 구름이거나 혹은 별이 없는 특수한 형태의 은하라면 대부분 수소와 일부 헬륨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입니다. 반면 우리 은하에서 기원했거나 혹은 다른 은하에서 기원했다면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가 풍부할 것입니다.
 연구팀은 세 개의 다른 은하에서 오는 빛이 스미스 구름을 통과하면서 흡수되는 파장을 분석해 이 구름이 실제로는 우리 은하에서 기원한 것 같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스미스 구름의 구성 성분을 측정하는 방법  How researchers used the Hubble Space Telescope to view three distant galaxies through the Smith Cloud, a technique that helped them determine the makeup of the cloud. Credit: NASA )


(밤하늘에 보이는 스미스 구름의 위치. 물론 실제로는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음.  The location of the Smith Cloud from data provided by F. Lockman. Credit: NASA )

 연구팀은 스미스 구름이 황 분자가 우리 은하 만큼 많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은하간 가스 구름이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연구 결과대로 스미스 구름이 우리 은하에서 기원했다 하더라도 풀어야할 숙제는 많습니다. 대체 왜 이런 거대 구름이 우리 은하에서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지, 그리고 이런 현상이 우리 은하와 다른 은하의 역사에서 흔히 발생했는지 여부 등 여러 가지 궁금한 내용들이 적지 않은 것이죠.

 이는 앞으로 연구를 통해서 밝혀지겠지만, 아무튼 3천 만년 후에는 이 구름이 우리 은하에 충돌하면서 수많은 별과 행성을 탄생시키고 여기서 새로운 역사가 생기게 될 것을 생각하면 우주의 거대한 스케일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 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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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Andrew J. Fox et al. ON THE METALLICITY AND ORIGIN OF THE SMITH HIGH-VELOCITY CLOUD,The Astrophysical Journal (2015). DOI: 10.3847/2041-8205/816/1/L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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