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ifesize cast of T. rex in the atrium of UC Berkeley's Valley Life Sciences Building shows how peculiarly short the dinosaur's forearms were, given that the creature was the most ferocious predator of its day. Credit: Peg Skorpinski)
육식공룡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거대한 몸집에 걸맞지 않은 작은 앞다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앞다리는 사람 팔 크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서로 마주 잡을수도 없고 입으로 가져갈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대체 그 용도가 무엇인지를 두고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가설 중 하나는 짝짓기 도중 수컷이 암컷을 잡는 용도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앞다리는 티라노사우루스를 잡기에는 너무 약하다는 사실 때문에 이 가설은 기각됐습니다. 또 다른 가설은 트리케라톱스처럼 아래로 파고드는 먹이를 잡는 용도라는 것인데 이 역시 같은 이유로 기각됐습니다. 그 외에 너무 큰 머리에 투자하면서 상대적으로 기능이 사라진 앞다리가 퇴화했다는 등 여러 가지 가설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생물학자인 케빈 파디안 (Kevin Padian)은 20년 전부터 고민했던 문제에 대해서 더 그럴 듯한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다른 티라노사우루스의 공격을 피하려는 목적입니다.
그는 코모도 왕도마뱀이나 악어처럼 현생 대형 파충류의 사례를 분석했습니다. 먹이 하나에 여러 마리가 달라 붙어 먹을 때는 필연적으로 다툼이 일어납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이들보다 훨씬 큰 입과 강력한 턱을 지니고 있어 먹이를 먹는 도중 다른 개체를 공격하거나 위협하는 경우 큰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만약 티라노사우루스의 앞다라가 크다면 사냥에는 좀 더 편리할 수도 있겠지만, 큰 머리를 대고 같이 식사를 할 때는 물어 뜯기 알맞은 약점 부위가 될 것입니다. 사실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대형 수각류 공룡의 머리에는 물어 뜯은 자국들이 드물지 않습니다. 그래도 머리를 줄일 순 없지만, 역할이 크지 않은 앞다리는 줄이는 편이 생존에 오히려 유리합니다. 한 번 물어 뜯어서 상처가 나면 감염이나 출혈로 죽게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그럴듯한 해석 같지만, 입증하기가 어려운 가설이라는 점은 약점입니다. 한 가지 가능한 방법은 물어 뜯긴 자국이 있는 화석을 비교해 다른 부위에 비해 앞다리의 자국이 적다는 점을 입증하는 방법이나 이를 위해선 많은 숫자의 화석이 필요합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2-04-rex-short-arms-lowered-frenzies.html
Kevin Padian, Why tyrannosaur forelimbs were so short: an integrative hypothesis, Acta Palaeontologica Polonica (2022). DOI: 10.4202/app.0092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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